수녀님도 도둑이 되다 일을 시작한지 근 한달 째.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나날의 일상이 즐겁다. 어제는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오늘은 파견 근무 나온 봉사자와, 사회복지사 애인인 k씨가 와 있었다. k씨는 35세 사업가인데,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기 싫어 일이 한가하면 땡땡이 쳐서 애인 일터로 와 일을 도와주는 .. 내 마음 한자락 2005.10.04
주님, 창 밖엔 비가... 20여년 쯤 전 일이다.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9월쯤이었던 것 같다. 나는 졸지에 수백명 소년들이 드글거리는 소년감별소 강당 무대에 세워졌다. 당시 나는 약간의 급여를 받으며, 재소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인가, 소년감별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한데 소장이 예정에도 없.. 내 마음 한자락 2005.10.04
쌀 벌레 잡는 공장 일터에 가니, 아이들이 식탁에 둥그렇게 둘러 앉아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마침 공휴일이라, 초중고생 모두가 함께 있었다. 아이들 앞에는 신문지가 깔려 있고, 쌀들이 소복하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냐?" 했더니, "쌀 벌레 잡고 있어요."한다. 나는 ㅋㅋ 웃으며 말했다. "마치 쌀 벌레 잡는 공장에 .. 내 마음 한자락 2005.10.03
창가의 토토 지난 목요일, 일터의 미영에게 가장 인상깊게 읽은 동화가 뭐냐고 물어보았다. 미영이는 제법 독서량이 많은 5학년 아이다. 미영인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창가의 토토>란다. 그 책이 마침 그곳에 있길래 빌려왔다. 한데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제목에 빨려들며 수많은 연상작용부터 일어나질 않는.. 내 마음 한자락 2005.10.02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마라 사무국장 수녀님과 화곡동 성당의 크라잉룸에 대한 얘기를 잠깐 나눴다. 수녀님도 언젠가 성당에서 홀로 운 적이 있으시다고 한다. 집안에 얽힌 상처를 회상하다가 눈물이 터져 흐느끼는데, 한 수녀님이 다가오더니 울지말라며 나름대로 위로를 하더란 것이다. 그 바람에 마음껏 울지 못하고 눈물은 .. 내 마음 한자락 2005.09.29
복통 며칠 전이었다. 일터에서 나와 집을 향해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른다. "저기요, 저기요....." 돌아 보니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귀여운 남학생이다. "날 불렀니?" 녀석은 끄더끄덕 하더니, 무슨 종이를 내 앞에 내밀었다. "이게 뭐니?" "조퇴 사유서인데요, 요기다가요, '복통'이라고 써주시겠어.. 내 마음 한자락 2005.09.29
맛있을 때 많이 먹어 친정 엄마와 동침하고 왔다. 일을 잡은 뒤론 엄마 보는 일도 여의치 않아, 하룻밤을 함께 보내지 않고는 회포를 풀기 어렵게 되었다. 해가 짧아져 엄마 손 잡고 동네 산에 오르는 건 할 수 없었지만, 이런저런 얘기들을 밤늦도록 나누었다. 엄마는 머잖아 시엄니가 될 내게, 당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신다.. 내 마음 한자락 2005.09.28
보내지 못할 편지(모연 샘님께) 모연 선생님, 수술 잘 끝나셨나요? 기도라곤 못하는 저이지만, 그래도 선생님 수술이 염려되어 예수님께 전화(?)드렸답니다. 많이 힘드셨겠지만, 그만큼 건강이 좋아지시는 거겠지요. 언능 회복되시기를 빌어요. 그래서 광화문에서 다시 낙지를 먹을 수 있기를.,,, ^ ^ 아니, 낙지는 못 먹어도 좋으니, '.. 내 마음 한자락 2005.09.26
멍 지지난주말에 등산 가서 구르는 바람에 멍이 몇 군데 생겼다. 오른팔에 생긴 멍은 첨엔 메추리알만한 아담한 크기였다. 색깔도 이쁜 핑크색이어서 루즈를 문질러 놓은 것 같았다. 한데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되자 멍이 점점 번지며 계란만해지더니, 가지를 짓이겨 놓은 듯 보라빛으로 물들어 온다. 다.. 내 마음 한자락 2005.09.26
콩 심은데 팥 난다 콩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은 인생에서 반드시 적용되지만은 않는 것 같다. 콩 심은 데 팥만 나도 좋겠는데, 팥은 커녕 조 쭉정이조차 거두지 못할 때도 있다. 쭉정이는 커녕 우박이나 날벼락이 내려 모든 걸 망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역(逆)도 가능한 게 인생이니 흥미롭지 않은가. .. 내 마음 한자락 200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