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맛있을 때 많이 먹어

tlsdkssk 2005. 9. 28. 10:36

친정 엄마와 동침하고 왔다.

일을 잡은 뒤론 엄마 보는 일도 여의치 않아,

하룻밤을 함께 보내지 않고는

회포를 풀기 어렵게 되었다.

해가 짧아져 엄마 손 잡고 동네 산에 오르는 건

할 수 없었지만,  이런저런 얘기들을 밤늦도록

나누었다.

엄마는 머잖아 시엄니가 될 내게,

당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신다.

결론은 중간역을 잘 하라는 것, 어른 노릇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나는 그저,

 네, 알았어요,  그렇겠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며 맞장구를 쳐드렸다.

 

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내 옆에 앉은 웬 할머니가 말을 걸어 오신다.

"천호역 지났수?"

"다음 다음인 것 같은데요."

내가 응수를 하자, 할머니는 뜬금 없이

"젊은 댁, 맛있을 때 많이 먹어둬요. 나이 70 넘어 봐.

아무리 좋은 음식이 있어도 무슨 맛인줄을 모른다니까." 한다.

 

젊은 댁이라?

하기야 상대적인 입장으론 맞는 말인데,

혹시 벙거지를 푹 눌러쓰고 있어(세수도 안하고 나오느라...)

나를 진짜 젊은 댁으로 봤는지 모를 일이다.

암튼지 난 그 말을 듣는 순간,

두가지를 동시에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맞다, 맛있을 때 많이 먹어야 한다.

난 요즘 맜있어서 많이 먹는 게 있다.

때 아니게도 햄버거가 왜 그리 맛난지

하루 두끼도 먹고 세끼도 먹는다.

슬라이스치즈와 양상치와 토마토와 양파와 고기전을 깔고,

아일랜드 드래싱과 겨자마늘 소스를 얹어 먹으면

어떤 일품 요리가 부럽지 않다.

 

어느 해인가 갈치가 입에 당겨 달포나 먹어댄 적이 있는데,

요즘 그 입맛이 햄버거로 바뀌었다.  

지난 추석때 남은 동태전과 동그랑땡도 햄버거로 

만들어 먹었더니,  거의 환상적 수준의 햄버거가 되었다.

요즘 나는 햄버거 먹는 재미로 산다.

햄버거는 나으 힘~~~~~~~~~~~~~

벌써 보름도 넘게 햄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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