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여인과 별과... 남편이 젊고 예쁜 여인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둘이는 팔짱을 끼고 있었던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나 다정하게 보였다. 별 일도 다 있다. 단 한번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는 생전에 내게 일편단심이었는데, 그게 부담되어 당신은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집.. 내 마음 한자락 2014.09.28
지끈이 쓸쓸을 데리고 가다 아침 저녁이면 창으로 부는 바람이 몸을 움추러들게 만든다. 몸보다 더 움추러드는 건 마음이다. 한 손으로 내 민소매 팔을 비비며 열을 내어본다. 그래도 춥다. 다시 가디건을 들쳐입는다. 좀 낫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있는대로 모아본다. 등에 바치고 머리에 바치고 하나는 가슴에 끌어.. 내 마음 한자락 2014.09.27
감자 정식 주문 받다 이번 금욜에 L이 우리 집에 오기로 했다. 원래는 하룻밤을 자고 토욜에 갈 예정이었는데, 제자들과 골프 약속이 잡혔던 걸 나중에야 알았다며 금욜 점심때 우리 집에 와서 시간 보내다 밤에 가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녀는, 선배, 점심을 밖에서 먹을까요? 아님 배달 시켜 집에서 두다리 쭉 .. 내 마음 한자락 2014.09.24
순대 정식 < 까페 안나>의 아침 식단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순대 정식. 그 집은 늘 감자 정식으로 아침을 제공하나 오늘은 메뉴가 바뀌었다. 이 순대는 홈플러스에서 사온 칼칼한 맛의 진공 포장 순대인데 맛이 제법 괜찮아서 질리지 않는다. 야채는 요즘 흔하고 값싼 가지와 양파와 마늘(이 좀 .. 내 마음 한자락 2014.09.23
신발 제작년 여름인가, '다이소'에서 베이지 색 신발 한 켤레를 5000원 주고 샀다. 고무신이었다. 구멍이 술술 뚫려 보기에도 시원했고, 무지외반증 내 발을 언제나 편히 감싸주었기에 아무리 걸어도 발이 불편하지 않았다. 모양도 그런대로 괜찮았고, 어떤 옷을 입어도 튀지 않아 좋았다. 나는 .. 내 마음 한자락 2014.09.16
모처럼 식탁에 앉아 며칠 전에 세간을 또 뒤집었다. 서재로 들여 놓고 보조 책상으로 쓰던 식탁을 거실로 내놓고 거기서 아침 식사를 했다. 식탁을 치운 후론 늘 소파에 앉아 쟁반에 올려진 식사를 했던 탓인가, 모처럼 식탁에서 먹는 아침이 새삼 그렇게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세간을 이리저리 변경.. 내 마음 한자락 2014.09.14
볶음밥 엄마 한 때 스스로를 '빈대떡 엄마'라고 칭한 적이 있었다. 아들이 부침류를 좋아하여 사시장철 빈대떡을 만들어주었으니까. 훗날 내가 죽고나면 아들은 나를 빈대떡으로 기억할 것이고, 지짐 음식의 고소한 향이 풍겨오면 그 내음 속에서 제 엄마를 추억하리라 여겼다. 요즘도 아들 집에 가면.. 내 마음 한자락 2014.09.12
아주 아주 잘 먹은 아침 식사 친구가 감자 한 상자를 보내주어, 나 혼자 그걸 언제 다 먹나 고민한 적이 있다. 감자가 여간 맛있는 게 아니어서 5층집 교우에게도 봉지가 터지도록 담아 주었다. 집에 혼자 있는 날이면 아침을 밥 대신 감자로 먹었다. 처음엔 쪄서 그냥 먹다가, 다음엔 조금씩 진화하여 까망베르 치즈를 .. 내 마음 한자락 2014.09.12
점퍼 두벌 새벽에 막 잠을 깨기 전에 꿈을 꾸었다. 어딘가를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와 보니 남편이 자기 옷 두별을 사다놓았다. 겨울 패딩 점퍼인데 사이즈가 큼직한 불루 색상이었다. 또 하나는 색깔이 기억 안난다. 옷 두벌이 다 비싼 옷으로 보였다. 그는 나 없는 사이 음식도 만들어 놓았고(사왔.. 내 마음 한자락 2014.09.03
너는 특별해 학교에 다녀온 엘리가 카드 편지 하나를 내민다.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되어 있다. 여름 방학 때 학교에서 하는 독서캠프 시간에 담당선생이 아이들에게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라고 하셨단다. 그러자 아이들은 난색을 하며 어떻게 나한테 편지를 써요? 친구나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내 마음 한자락 201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