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좀 안아주세요 밤새 꿈을 꾸며 힘들게 헤매었다. 나는 정신과환자 소녀를 한명 데리고 기차로 대구를 향해 가던 중이었다. 기차 안은 붐비고 소녀는 기차안에서 가만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그 바람에 대구역을 놓치고 엉뚱한 곳에 내리게 되었다. 소녀는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 .. 내 마음 한자락 2015.08.07
끈적한 슬픔 고온다습한 요즘 날씨는 나를 지치게 한다. 사유는 둔해지고 시간은 엿가락 늘어지듯 게으르게 흘러간다. 나는 요즘 몇 가지 일로 우울하다. 우울의 근원을 가지치기 해보지만, 우울은 이내 내게 끈적하게 따라붙는다. 지금까지 수많은 이별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모든 만남은 이별.. 내 마음 한자락 2015.07.22
새 소동 지난 3월부터 키우기 시작한 십자매를 언젠가 놓아주려고 한다. 원래는 한쌍이었는데, 새장 청소하고는 문을 열어 놓고 외출한 바람에 두 녀석이 새장을 탈출하여 베란다로 나왔다. 놈들을 잡아 넣으려니 역부족. 기왕에 자유를 맛 본 놈들이니 아예 날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 내 마음 한자락 2015.06.27
6.25에 대한 엘리의 생각 엘리가 6.25가 무슨 날이냐고 묻는다. 엘리가 알아듣겠끔 설명을 해줬더니, "아, 형제끼리 싸운 날이네요."한다. 그러더니 오늘은 왜 태극기를 달지 않느냐고, 현충일에도 다는 데 오늘도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 말에 내가, "같은 민족끼리 싸우고 죽고 한 날이니까 안.. 내 마음 한자락 2015.06.25
메르스에 묻힌 세월 지난 해 4월16일, 세월호의 참극을 겪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한데 다시 우리는 메르스호에 갇혀 기우뚱거리는 선체 위를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일부는 바다로 빠져들어 죽어갔고, 아직 빠지지는 않았지만 곧 빠져들 것 같아 애태우는 사람도 있다. 메르스에 대해 알.. 내 마음 한자락 2015.06.17
비, 비, 비 새벽 미사를 가려고 준비하는데, 하룻밤 새 북한산이 통채로 사라져 버렸다. 날은 거꾸로 돌아가 듯 다시 어둠을 향해 가고 있었고 암회색 하늘에선 번개가 번쩍 거렸다. 그리곤 창문을 부술 듯한 광풍이 불어대었다. 그러더니 이윽고 쏟아지는 비, 비, 비. 나도 모르게 창밖을 향해 넙죽 .. 내 마음 한자락 2015.06.14
편안한 간격 나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제발 간격과 거리를 유지하는 일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별로 신뢰하지 않기에 블로그로 친구 신청해오는 익명의 존재들에게 일체 답변을 안하는 편이다. 검증되지 않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이들과 대체 무슨 얘기.. 내 마음 한자락 2015.05.24
방금 읽은 글 새벽에 일어나 글 한편 썼다. 글제는 <나쁜 사마리아 사람> 신약성서 루카복음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대칭점에 있는 인간을 써내린 글이다. 물론 나도 위기의 이웃을 방치한 나쁜 사마리아 사람에 속한다. '착한'의 반대말은 '악한'이 되겠지만 나는 '나쁜'이라고 표현했다. .. 내 마음 한자락 2015.05.23
내가 지켜줄게요 엘리와 피아노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 아파트 입구 화단에 작약 몇 송이가 만개해 있는 걸 보며 엘리가 무슨 꽃이냐고 묻는다. "작약이야"했더니, "자갸기?"한다. 나는 다시 "작약"하고 힘주어 말하며 꽃에 코를 대었다. 냄새가 나질 않았다. 얼마 전 북서울 숲에 핀 작약 향기는 미세하게나.. 내 마음 한자락 2015.05.22
보석 같은 날 5월 5일 어린이 날이다. 아침 기온은 선선했으나 낮의 햇살은 투명하게 반짝였다. 맑은 중랑천 물에선 수많은 잉어들이 떼지어 노닐고 있었고, 햇살 받은 물살은 다이아몬드 빛을 내며 춤을 추었다. 해가 정중앙쯤 왔을 땐 물살 위에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통채로 박혀 내 눈을 부시게 만들.. 내 마음 한자락 201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