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이면 창으로 부는 바람이 몸을 움추러들게 만든다.
몸보다 더 움추러드는 건 마음이다.
한 손으로 내 민소매 팔을 비비며 열을 내어본다.
그래도 춥다. 다시 가디건을 들쳐입는다. 좀 낫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있는대로 모아본다. 등에 바치고 머리에 바치고 하나는 가슴에 끌어 안고...
쿠션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다. 그러고나니 좀 더 많이 낫다.
쿠션이 없으면 내 일상은 매우 힘들 것이다.
아침 일찍(여섯시 반경) 킴과 만나 낯선 동네를 거닐었다. 용마산 언저리를 돌다 면목동의 골목 골목을.
생전 처음 가보는 그 지역은 세월이 한 20년쯤 뒤로 물러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동네였다.
에스 대 앞에는 다방이란 간판을 내걸은 커피숍이 있어 이색적이었다.
대학 앞에 다방이라니, 역발상이라고나할까.
나는 하품을 하며 걷기도 했다. 어제 8시간 넘도록 엘과 이야기를 나눈 탓일 것이다.
누적된 피로가 쌓여 있는데, 나는 아침부터 낯 선 동네를 헤매고 돌아다녔다.
킴은 둘레길을 찾는다고 했는데, 그 길은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결혼식이 있어 마냥 둘레길 타령만 할수는 없었다.
혼자 도봉산이나 갈까 했다가 집에 돌아와 허겁지겁 점심을 먹었다. 찬밥을 데워 한공기 남짓 먹었는데 그래도 허기가 가시질 않아
사과와 포도를 반찬 삼아 감자 스넥 한 봉지를 다 비웠다.
먹고나니 이상하게도 머리가 뚫어질 듯 아프며 지끈거린다. 이런, 모처럼만에 지끈이가 찾아왔구나.
티비를 틀어도 책을 펼쳐도 몰입되지 않고 오직 두통에만 신경이 쏠린다.
두통약을 찾는다. 안 보인다. 큰일이네. 약국에 다녀오긴 싫은데. 이래서 가족은 최소 둘은 돼야한다니까.
다시 서랍을 이구석 저구석 뒤져본다. 아, 타이레놀 한 알이 남아 있다. 약을 먹고 침대에 눕는다.
1시간쯤 낮잠을 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와라, 잠, 낮잠. 와라와라와라~~~
조금 잤다. 그래도 머리의 불쾌감은 여전했다.
그 불쾌감에 정신이 팔려 있다보니 쓸쓸이 주눅들어 물러가버린다.
이젠 머리가 안 아프다.
한데 지끈이가 물러가니 저만치 밀려나 있던 쓸쓸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느 덧 저녁이다.
다시 하루가 저문다.
날 저물어 전기불을 밝히니 실내의 유리창이 온통 거울로 변한다.
내가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다. 부스스한 머리의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에게 브이를 해보인다.
암튼 또 하루가 이렇게 가고 있다.
안녕, 하루야!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의 탄생 (0) | 2014.10.01 |
---|---|
남편과 여인과 별과... (0) | 2014.09.28 |
감자 정식 주문 받다 (0) | 2014.09.24 |
순대 정식 (0) | 2014.09.23 |
신발 (0) | 2014.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