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감자 정식 주문 받다

tlsdkssk 2014. 9. 24. 15:17

이번 금욜에 L이 우리 집에 오기로 했다.

원래는 하룻밤을 자고 토욜에 갈 예정이었는데, 제자들과 골프 약속이 잡혔던 걸 나중에야 알았다며

금욜 점심때 우리 집에 와서 시간 보내다 밤에 가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녀는,

선배, 점심을 밖에서 먹을까요? 아님 배달 시켜 집에서 두다리 쭉 펴고 먹을까요?

와인은 제가 준비해갈게요...했는데, 내가 다 물리치고,

와인은 우리 집에 있고, 밥은 내가 집에 있을 때 해 먹는 것으로 감자정식과 순대 정식을 해줄 수 있는데, 고르라 했더니,

그녀는 감자정식을 먹겠단다. 정식? 말이 좋다. ^^

 

전에 초우 선생님 산방엔 늘 방문객으로 바글거렸다. 하루는 내가 손님대접이 부담스럽지 않느냐 여쭸더니,

초우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냥 자기 먹던대로 차리고 숟갈 하나 더 놓으면 된다. 그래야 손님 오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법이다.

L에게 그 말을 전하며 나도 그리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 옷차림도 편하게, 손도 가벼이 오라고 했다.

바쁜 그녀가 강남에서 상계동까지 와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 아닌가.

차 없는 내가 대중교통으로 강남까지 가는 것보다 그녀가 차를 몰고 우리 집으로 오는 게 나로선 편하다.

그녀더러 그대는 다리가 여섯 개고 나는 두개니, 젊고 다리가 많은 사람이 오라고 했다.

나는 이런 것이 통할 수 있는 사람들만 우리 집에 초대할 것이다.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과 여인과 별과...  (0) 2014.09.28
지끈이 쓸쓸을 데리고 가다  (0) 2014.09.27
순대 정식  (0) 2014.09.23
신발  (0) 2014.09.16
모처럼 식탁에 앉아  (0) 201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