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볶음밥 엄마

tlsdkssk 2014. 9. 12. 09:05

한 때 스스로를 '빈대떡 엄마'라고 칭한 적이 있었다.

아들이 부침류를 좋아하여 사시장철 빈대떡을 만들어주었으니까.

훗날 내가 죽고나면 아들은 나를 빈대떡으로 기억할 것이고,

지짐 음식의 고소한 향이 풍겨오면 그 내음 속에서 제 엄마를 추억하리라 여겼다.

요즘도 아들 집에 가면 잘 하는 음식 중 하나가 부침 종류다. 부추전, 김치전, 야채전....

그에 못지 않게 잘 하는 음식 중 하나는 볶음밥이다.

내가 없는 날이면 아들이고 며늘이고, 어찌나 패스트푸드를 먹어대는지 그 꼴이 보기 싫어

볶음밥을 잔뜩 하여 일인분씩 용기에 넣어 냉동실에 넣어두곤, 나 없을 때 그걸 데워먹으라고 했더니.

아주 잘 먹는 거였다.

아들 부부 모두 반찬 만들고 차리고 하는 걸 귀찮아하다보니, 영양이 아무래도 불균형 될 게 걱정되어 나름

고심 끝에 개발한 내 식의 볶음밥이다.

김치 쫑쫑, 당근 쫑쫑, 마늘 쫑쫑, 양파 쫑쫑, 고기나 햄류 쫑쫑, 참치캔 기름 빼어 들이붓고 기름에 달달 볶다가,

여기에 잡곡밥을 넣고 볶은 다음, 스크램불 애그를 넣고, 다시 참기를으로 향을 낸 다음 

해바라기씨, 호박씨, 아몬드, 참깨 듬뿍 갈아 넣고(견과류 먹으라고 귀뜸해도 요것들이 안찾아 먹는다), 김가루 넣어

다시한번 두루두루 섞는다. 이쯤 되면 반찬 없이 그것만 먹어도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된다.

같은 맛에 질릴까봐 아들 부부 것은 간혹 좀 칼칼하게 만들고 엘리 것은 맵지 않게 만든다.

밥투정쟁이 엘리도 볶음밥은 잘 먹는다.

언젠가 내 집으로 돌아가는 날, 두 가지 볶음밥을 하여 냉동실에 넣었더니,

방금 만든 볶음밥을 먹고 있던 엘리가,   

"할머니, 볶음밥이 줄어드는 게 아까워요. 혹시 아빠나 엄마가 먹지 않게 냉장고에다 내 것은 이름표를 달아주세요." 하는 거였다.

내가, "그래? 많이만 먹어라. 볶음밥은 얼마든지 해줄테니." 했더니, 엘리는 종이 한장을 내어 이렇게 써놓는 거였다.

 

'지인이 복끔밥입니다. 지인이만 먹을 수 있어요'

 

그리곤 스카치 테잎으로 밥담은 용기에 붙쳐놓는 거였다.

볶음밥을 해서 냉동실에 보관해 놓고 오는 날은 새끼들 먹을 거리 걱정에서 한 시름 놓을 수 있다.

짜장면이나 피자 시켜먹지 않았겠지. 김치도 없이 달랑 라면이나 끓여 먹지 않았겠지......

이쯤되면 나, 볶음밥 엄마 틀림 없다.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발  (0) 2014.09.16
모처럼 식탁에 앉아  (0) 2014.09.14
아주 아주 잘 먹은 아침 식사  (0) 2014.09.12
점퍼 두벌  (0) 2014.09.03
너는 특별해  (0) 201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