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개그맨 아침에 손녀가 입안에 혀바늘이 났다며 얼굴을 찌푸리더군요. 나는 꿀병을 들고와 손녀에게 한마디 이릅니다. "지인아, 입 벌려봐. 할머니가 꿀 한숟갈 입에 넣어줄테니 삼키지 말고 가만히 물고 있어라." "와, 신난다. 나 꿀 좋아하는데." "혀바늘도 너처럼 꿀을 좋아하니깐, 삼키지 말고 .. 내 마음 한자락 2015.04.29
봄비, 꽃비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봄비. 꽃비. 비바람에 벚꽃이 맥없이 지고 있다. 벚꽃은 피고 지는 것도 아름답지만, 낙화되어 눈처럼 쌓여 있거나 바람결 따라 땅에 뒤궁구는 것도 아름답다. 집에 오니 우리 베란다에도 꽃이 만발했다. 관엽식물들의 이름은 다 알고 있는데, 우리 집에 핀 꽃들의 .. 내 마음 한자락 2015.04.13
새 딸과 새 사위 십자매가 하루는 알을 하나 낳고, 다음 날은 두갤 낳고, 세번째 날 또다시 두개를 더 낳아 새 알 네개가 둥지에 앙징맞게 놓여 있다. 그중 맨 처음 낳은 알은 비스듬히 달려 있던 둥지에서 굴렀는지(암수가 드나들다 얼결에 밀어부쳤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새장 안을 들여다보니 하.. 내 마음 한자락 2015.03.31
칭친과 비난에 덤덤할 용기 올해의 작품상을 작년에 연이어 올해도 받았다. 시상식이 가까워지면 이놈의 동네 분위기는 참으로 묘해진다. 선정된 이의 기쁨과 탈락된 이의 씁쓸함이 교차되며 어색하고 썰렁한 분위기가 넘실대는 것이다. 나야 그 동네와 별 교류없이 지내니 이런 소식도 타인의 전언으로 알게된다. .. 내 마음 한자락 2015.03.25
새들과 함께 새가 되다 어제, 평일 오전 미사를 드리고 오는 길에 십자매 한쌍을 사가지고 왔다. 길거리에 서있는 오토바이에 십자매와 잉꼬와 두어 종류 이름 모를 새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데도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 순대가게에 서 있는 영감님이 왠지 주인일 것 같아 다다.. 내 마음 한자락 2015.03.07
달밤 정월 대보름. 친정에 들렀다 늦은 저녁무렵 동네에 닿았다. 아파트 단지 사이를 걸어오며 동녁 향해 고개 돌려 달을 찾았다. 느티나무 숲 우듬지 주변이 희붐하게 밝아오는가 싶더니 이내 옅은 살굿빛 달덩이가 둥근 조명을 내보였다. 아, 달이다, 보름달이다! 조용한 탄성을 달에게 보내.. 내 마음 한자락 2015.03.06
다시 상을 받으며 젊은 시절, 나는 어서 늙어지기를 소망한 적이 있었다. 사는 일은 언제나 사면초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몰려드는 운명의 횡포속에서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말은, "세월이 가면 괜찮을 거야. 나는 늙을 수록 더 잘 될테니까." 였다. 소걸음처럼 뚜벅뚜벅 걷다보니 몇 해 연속 상복이 줄.. 내 마음 한자락 2015.02.27
커피 이야기 작년 이맘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사순절을 맞으며 주님께 두 가지 약속을 했다. 하나는 눈을 뜨자마자 엉터리 기도하고 컴퓨터부터 찾는 것을 지양하겠다고. 또 한가지는 희생과 극기의 의미로 커피를 끊겠다고. 부활절을 맞을 때까지 좋아하는 커피를 끊는 것으로 나 자신의 절제심을 .. 내 마음 한자락 2015.02.22
까치 설날에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라던 동요에 의하면 오늘이 바로 까치 설날이다. 까치 설날은 인간에겐 설 준비로 바쁜 날이다. 남자들은 가족 데리고 귀향하는 문제로 그렇고, 여자들은 설 음식 장만으로 그렇다. 한데 나는 홀로 한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 내 마음 한자락 2015.02.18
누워서 책 읽기 겨울을 지내는 동안 내 취미는 누워서 책읽기가 돼버렸다. 작은 싱글 침대에 베개 두개, 그리고 쿠션 두개가 누워서 책읽기에 동원되는 장비(?)들이다. 베개와 쿠션을 역학적으로 잘 배치하여 베고 고이면 누워서 두 팔 쭉 펴고 책 읽는데 큰 불편이 없다는 말씀. 오늘 아침엔 평소 읽는 책.. 내 마음 한자락 201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