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 엄마 빈대떡 엄마 임신 무렵.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 냄새를 찾아 나서곤 했다. 단지 하나만의 이유로 버스에 올라 연희동 집에서 신촌 시장까지 행차하였다. 시장 안에는 빈대떡집이 몇 군데 있었다. 나는 늘 단골집을 찾아가 주인할머니가 번철에 부쳐 내는 것을 두 장씩 사먹었다. 허름한 간이 의자에 .. 민혜의 골방 2007.06.25
쥐다래꽃 2000년 6월 쥐다래꽃 문서 한 통이 들어와 있다. 외출한 사이 팩시밀리에 수신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쥐다래가 꽃을 대신하여 의사화(疑似花)를 피웠다. 넋을 놓고 바라보노라니 오만상념이 떠오르고 지나간다. 가까이 가서 만져보면 그저 푸른잎이건만 초여름 태양빛을 받기만 하면 형광성 흰빛.. 민혜의 골방 2007.06.21
모란꽃 2001년 발표 모란꽃 앨범을 정리하다가 추사 고택에서 찍어온 모란꽃을 보았다. 꽃에 취해 셔터를 연방 눌렀는지 사진이 제법 되었다. 2년 전 봄, 나는 우정 모란이 피기를 기다려 그 고택을 찾았던 것이다. 모란꽃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젊은 시절엔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 가까이 할 기회.. 민혜의 골방 2007.06.21
찔레꽃 수필> 2003년 발표 찔레꽃 찔레꽃이 하도 고와 꺾으려 한 적이 있었다. 찔레는 그 가지가 어찌나 질긴지 좀체 꺾이질 않았다. 줄기를 비틀었더니 어림없다는 듯 꽃잎부터 떨구었다. 하르르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꽃 이파리라니. 흡사 꽃이 자폭하는 듯 보여 이내 후회를 했다. 향기는 그대로 남긴 채 꽃.. 민혜의 골방 2007.06.21
자장가를 부르며 2002, 9 자장가를 부르며 밤 8시도 안됐건만 꾸벅꾸벅 잠이 온다. 근래 없던 일이다. 모래땅에 물 스미듯 곧바로 잠에 젖어들었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밤잠을 설친 것도, 무리한 가사로 몸이 지친 것도, 발 부르트도록 거리를 배회한 것도, 배불끈히 저녁을 먹은 것도 아니었다. 요 며.. 민혜의 골방 2007.06.11
리라꽃 향기 (2001년4월 발표작) 리라꽃 향기 4월이다. 버릇처럼 사방을 기웃거린다. 훈풍 속에 환각의 내음이 실려올 무렵이 된 것이다. 라일락 향기가, 정향나무 향기가, 수수꽃다리 향기가, 아니 리라꽃 향기가. 리라꽃 내음을 맡아본 것은 초등학교 시절의 일이었다. 4학년이나 5학년 쯤이었을 것으로 기억된다. .. 민혜의 골방 2007.04.11
예외적 인간 4년 전쯤 발표한 글이다. 문득 그 교수님 얼굴이 떠올라 이 글을 옮겨본다. 예외적 인간 즐겨 읽는 책 중에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이 있다. 책이란 거의가 일회 적으로 끝나기 마련이나 이 책만은 무시로 펼치곤 한다. 소설이 아니니 아무 페이지나 넘겨도 좋고, 임어당과 무언의 토론.. 민혜의 골방 2007.04.11
부레 옥잠이 있는 연못 2004년 부레옥잠이 있는 연못 나는 지금 부레옥잠 연못가에 호젓이 앉아 있다. 함초롬한 수초는 물 위에 한가롭고, 어느 새 하늘 한 점 내려와 그 곁에 머문다. 못가에 앉았으려니 낯익은 아이의 속살거림이 들려오는 듯 하다. * 나는요, 초등학교 4학년. 연못 있는 집을 꿈꾸었습니다. 잎새.. 민혜의 골방 2007.01.10
여자의 세 시기 여자의 세 시기 한 노파가 고개를 떨군채 매우 섧게 울고 있다. 잿빛 머리결, 구부정한 어깨에 촛농처럼 흘러내린 쭈그레한 젖가슴, 볼품없이 튀어 나온 아랫배와 장작개비 같은 팔뚝, 그 팔과 목 언저리엔 푸른 정맥이 지렁이처럼 불거져 있다. 어째 마음이 울적해진다. 그녀가 더욱 가련히 보이는 건,.. 민혜의 골방 2007.01.04
투명첼로 <2001> 투명 첼로 해묵은 첼로를 꺼내었다. 세월의 먼지를 털어내고 그리운 이 보듬듯 가만히 볼을 대어보았다.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렁인다. 숨을 고르며 나는 손에 쥔 활로 팽팽히 긴장돼 있는 현을 내리 긋는다. 누에 실 나오듯 악기의 몸체로부터 올올이 풀려져 나오는 선율. 연주자의 손길에.. 민혜의 골방 2007.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