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파랑 꽃의 파랑 빨간 장미꽃다발을 받았다. 소설가 L씨가 대학 선배라는 K선생과 함께 방문하며 건넨 것이다. 천주교 순교성지인 절두산 성당을 가기 위해 잠시 들렀다는데, 이번에도 그는 장미 다발을 안고 왔다. ‘꽃을 든 남자’는 ‘꽃을 든 여자’보다 늘 그 이미지가 강열하게 와닿는다. 꽃이 본질적.. 민혜의 골방 2008.10.02
삶의 끄트머리 삶의 끄트머리 민 혜 요즘 친정어머니를 보면 삶과 죽음이 한 눈에 보인다. 살아 있는 듯 죽은 목숨 같고, 죽어 있는 듯 산목숨 같다. 어떤 날은 삶이 더 많이 보이고, 또 어떤 날은 죽음이 더 많이 보인다. 그 둘이 동일선상에서 동거를 하며 밀고 당기고를 하는 것 같다. 어머니 연세 올해로 여든셋이다.. 민혜의 골방 2008.09.22
경아 이야기(1995년 기록) 1995년 여름 경아 이야기 한 소녀를 알고 있다. 경아(가명)라는, 열세 살짜리 중학생 소녀 가장이다. 경아를 처음 본 것은 1년 전인 작년 6월이었다. 불우 청소년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친구 H의 제안으로 복지관을 통해 경아의 집을 찾아갔다. 의사인 친구는 재정적 후원을 하기로 하고 나는 아이들의 엄.. 민혜의 골방 2008.05.25
목숨 <수필> 목숨 목련 잎 떨군 게 엊그제만 같더니 가지에 불거진 꽃봉오리가 제법 실하다. 친정어머니 연세 올해로 여든. 작년 6월에 내려진 암 선고로 해를 넘기실까 걱정했는데 다시 춘 삼월을 맞는다. 10년 전 이맘때였다. 친정에 갔더니 어머니가 이웃 할머님의 부음을 전한다. 고인의 춘추가 칠십.. 민혜의 골방 2008.05.25
매력 1996년 매 력 <매력>이란 단어에는 묘한 끌림이 있다. 두 글자를 소리 내어 뇌어본다. 어감마저 찰싹찰싹 달라붙는 접착성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미인이나 잘 생긴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보다는 독특한 분위기나 개성을 지닌 사람에게 먼저 관심이 간다. 잘 다듬어진 외모.. 민혜의 골방 2008.04.10
강에 가서 말하라 2008 3월 강에 가서 말하라 황인숙의 ‘강’이라는 시가 있다. 강은 초장부터 심상찮게 내 촉수를 건드렸다.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에게 토로하지 말라 어쩌자고 시인은 내 마음을 이리도 잘 대변하는가. 나는 좀더 깊숙이 강으로 빠져든다. 심.. 민혜의 골방 2008.03.19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수필>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한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시점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이다. 설령 어떤 추억이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찾아든들 사념은 이내 순한 아이처럼 잠에 들곤 한다. 귀살쩍던 시절을 흘려보낸 이즈막의 평화가 좋아 선가 세월 가는 .. 민혜의 골방 2007.12.06
책상 위에서 길을 잃다 2005년 <잡문> 책상 위에서 길을 잃다 쑥스러운 얘기지만 곧잘 책상 앞에서 헤매곤 한다. 책상 위에 오만 살림이 정리되지 않은 채 있다 보니 무엇 하나 찾으려면 번번이 이리 뒤지고 저리 뒤지게 된다. 읽다만 책은 어디로 간 거지? 원고 청탁 우편물은 어디 숨었고? 받아 놓고 미처 포장을 뜯지 않.. 민혜의 골방 2007.09.19
남자에게 꽃을 주다 05년 5월 남자에게 꽃을 주다 J 씨께 선인장을 선물했다. 가시 촘촘한 식물을 선물한다는 건 좀 별난 일인지 모른다. 희귀 품종도 아닌데 하필 그걸 택한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2년 여 대구에 머물 때였다. 살고 있는 아파트는 바로 큰길가에 있어 먼지가 많았고 서향집이었다. 내부마저 불편한 .. 민혜의 골방 2007.09.18
왜 문학을 하는가 언제 써놓은 글인지 기억나지 않으나, 청탁을 받아이런 글을 쓴 적도 있었나 보다. 오랜만에 글 한편 올리려니 왠지 남의 글을 읽는 듯한 생경함이 느껴진다. 나의 문학관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원고청탁서의 제목을 읽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등단한지 10여 년이 되도록 그런 문제에 대해 별로 생.. 민혜의 골방 2007.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