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 이름 2003년 어머니, 그 이름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란 단어 앞에 서면 나는 왠지 주눅부터 든다. 이 나이 먹도록 내게선 도무지 ‘어머니’가 주는 그 고졸한 태깔이 묻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자식이라곤 아들 하나밖에 두지 못했다. 그 이상을 원치 않았으니 스스로 모성 능력을 거세시킨 셈이지만 그.. 민혜의 골방 2011.03.11
나를 만나던 날 2010, 12 나를 만나던 날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다가 지인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분명 뭐라 말을 한 것 같은데, 전화를 끊고 나니 정작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상대방은 구지레한 사연이 머리끝까지 차올라있었던지 내 인사말에 “잘 지내셨죠?” 혹은 “별 일 없으시죠?”라는 한.. 민혜의 골방 2010.12.24
[스크랩]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수필>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한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시점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이다. 설령 어떤 추억이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찾아든들 사념은 이내 순한 아이처럼 잠에 들곤 한다. 귀살쩍던 시절을 흘려보낸 이즈막의 평화가 좋아 선가 세월 가는 .. 민혜의 골방 2010.04.30
[스크랩] 매력 1996년 매 력 <매력>이란 단어에는 묘한 끌림이 있다. 두 글자를 소리 내어 뇌어본다. 어감마저 찰싹찰싹 달라붙는 접착성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미인이나 잘 생긴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보다는 독특한 분위기나 개성을 지닌 사람에게 먼저 관심이 간다. 잘 다듬어진 외모.. 민혜의 골방 2010.04.30
[스크랩] 목숨 <수필> 목숨 목련 잎 떨군 게 엊그제만 같더니 가지에 불거진 꽃봉오리가 제법 실하다. 친정어머니 연세 올해로 여든. 작년 6월에 내려진 암 선고로 해를 넘기실까 걱정했는데 다시 춘 삼월을 맞는다. 10년 전 이맘때였다. 친정에 갔더니 어머니가 이웃 할머님의 부음을 전한다. 고인의 춘추가 칠십.. 민혜의 골방 2010.04.30
[스크랩] 삶의 끄트머리 삶의 끄트머리 민 혜 요즘 친정어머니를 보면 삶과 죽음이 한 눈에 보인다. 살아 있는 듯 죽은 목숨 같고, 죽어 있는 듯 산목숨 같다. 어떤 날은 삶이 더 많이 보이고, 또 어떤 날은 죽음이 더 많이 보인다. 그 둘이 동일선상에서 동거를 하며 밀고 당기고를 하는 것 같다. 어머니 연세 올해로 여든셋이다.. 민혜의 골방 2010.04.30
[스크랩] 꽃의 파랑 꽃의 파랑 빨간 장미꽃다발을 받았다. 소설가 L씨가 대학 선배라는 K선생과 함께 방문하며 건넨 것이다. 천주교 순교성지인 절두산 성당을 가기 위해 잠시 들렀다는데, 이번에도 그는 장미 다발을 안고 왔다. ‘꽃을 든 남자’는 ‘꽃을 든 여자’보다 늘 그 이미지가 강열하게 와닿는다. 꽃이 본질적.. 민혜의 골방 2010.04.30
[스크랩] 비오는 날 오후 3시에 0907수필 비 오는 날 오후 3시에 비 내리는 하늘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 파초 잎새에 비 듣는 낭만은 없어도 여름 날 오후, 그 한적한 맛이 제법 괜찮다. 오늘은 우요일(雨曜日), 볼 일도, 만날 사람도, 하물며 모처럼 집안일로부터도 자유롭다. 벌렁, 소파에 몸을 눕힌다. 눈과 대칭 방향의 탁상시계에 .. 민혜의 골방 2010.04.30
[스크랩] 얼굴 없는 얼굴 2006 수필 얼굴 없는 얼굴 예수를 마음 깊이 사랑한 적이 있었다. 신앙의 대상으로라기보다 단지 인간 예수를 흠모한 것 같다. 그것도 붓끝으로 그려진 캘린더 속의 예수를 연모했다. 화가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그림의 제목은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예수’ 로서 신약성서에 나오는 한 장면을 아름.. 민혜의 골방 2010.04.30
한 장의 의미 0903 수필 한 장의 의미 혼자 실실 웃는다. 머잖아 한 장은 쥐겠구나 싶어서다. 남편 모르는 내 뒷돈이 그렇다는 얘기인데, 만기 보험금과 기타 저축이 모여 제법 목돈을 이루었다. 예나 지금이나 뒤로 꿍쳐둔 돈의 맛은 비밀한 애인인 듯 짜릿한 감미를 안겨준다. 아니, 나이 먹는 징조인지 그 위력이 점.. 민혜의 골방 2009.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