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좋은 아침 하늘이 좋은 아침이다. 밤새 가을 비가 내리고 활짝 갠 아침, 북한산으로 뭉개구름 자락이 조금 보이더니 인수봉 백운대 봉우리에서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마치 불이라도 난듯 연기(?)는 풍성했다. 잠시 지난 뒤 바라보니 그 새 진화(?)가 된 듯 연기는 밝은 회색으로 조금 피어오르고 .. 내 마음 한자락 2012.09.29
아, 행복해! 며칠 전 문우에게 보이차 선물을 받았다. 내게도 보이차가 있었지만 나는 보이차가 좋다는 것만 알았지 제대로 마시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주전자에 물을 끓여 보이차를 넣은 다음 첫물은 버리고 그 다음엔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곤 했던 것이다. 그러노라면 보이차는 어느 새 짙고 짙은.. 내 마음 한자락 2012.09.25
이불 하나 바꿔 놓고 어젠 진종일 행복했다. 새로 산 이불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인견이불 사러갈 생각으로 들썩거렸다. 평소 안방에만 들어가면 가구와 이불 색상의 부조화로 마음이 불편하곤 했던 터다. 내 나이쯤이면 쓸만한 가구로 바꿀 때도 되었 건만 우리 집 가구란 하나같이 중저가품 고물들, 나의 드.. 내 마음 한자락 2012.08.17
버리는 즐거움 폭서가 난동을 부리기 바로 직전인 7월엔 큰 일을 저질렀다. 시골 모처에 내가 전원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아파트를 마련하였다. 한번 들러본다고 내려갔다가 그 날로 계약을 해버렸다. 돈이 다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홀린 듯 사고를 치고만 것이다. 2년 기한으로 전세를 놓았.. 내 마음 한자락 2012.08.16
이중주 엘리랑 자는 날이면 자리에 눕기 전 하루를 마감하는 기도를 드린다. 엘리의 기도를 할 때는 내가 엘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넣기도 한다.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고, 건강하고... 어쩌고 하면서. 때로 부산하게 보내다 피곤하여 나혼자 입속으로 기도하며 그냥 잘라치면 엘리가 ".. 내 마음 한자락 2012.06.11
영정 사진에 대하여 친구 둘에 나까지 셋이서 미리 영정 사진을 찍어두자고 한 것은 10여년 전의 일이다.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만약 천수를 다한다면 너무 늙은 모습으로만 남을 것이 아니냐며 인생의 중반부쯤 되는 모습을 남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데 간만에 만난 우리는 영정사진찍기.. 내 마음 한자락 2012.06.05
세련된 작업 초우 선생 가신지도 어언 3년, 며칠 있으면 벌써 세번째 다가오는 기일이다. 오후에 문득 초우샘이 떠오른 건 기일이 가까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문득 생각이 났기에 기일을 기억해 낸 건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상관 없다. 나는 단지 그분이 내게 얼마나 세련된 작업을 해왔는가에 대한 추.. 내 마음 한자락 2012.04.01
밴드쟁이 엘리 손녀 엘리는 밴드 부치는 걸 유난히 좋아한다. 손이나 발등을 조금 스치기만 해도 서랍 뒤져 밴드부터 찾는다. 몸에서 밴드가 떨어질 날이 드물 지경이다. 어제는 현관에 벗어놓은 엘리의 구두 코에 밴드가 붙여져 있는 걸 보았다. 구두 앞쪽에 조금 흠집이 났었는데 엘리는 구두에도 밴.. 내 마음 한자락 2012.03.31
아들의 포옹 어제 아들이 생각보다 일찍 귀가했다. 며늘은 근무 때문에 늦게 온다고 했다. 저녁상을 차려주고 집으로 가려는데, 녀석이 "엄마" 하더니 나를 포옹한다. 나도 두팔로 아들의 등짝을 두드려주며 "그래, 그래, 밥 먹어라" 했다. 요즘 내 주변의 아들 둔 지인들이 모두 마음을 앓고 있다. 모두.. 내 마음 한자락 2012.03.24
쇼팽과 지낸 밤 어제는 봄비가 내렸다. 촉촉한 저녁 봄비를 맞으며 나의 빈 집으로 돌아왔다. 전기스텐드를 은은히 밝히고 에프엠을 틀으니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이 나온다. 음악의 애무, 얼마나 감미롭던지!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음악을 듣는다. 지친 영혼이 치유되는 느낌이 와닿았다. 은자(隱者).. 내 마음 한자락 201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