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우에게 보이차 선물을 받았다.
내게도 보이차가 있었지만 나는 보이차가 좋다는 것만 알았지 제대로 마시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주전자에 물을 끓여 보이차를 넣은 다음 첫물은 버리고 그 다음엔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곤 했던 것이다.
그러노라면 보이차는 어느 새 짙고 짙은 간장 빛깔로 물들며 밋밋하고 약간은 씁스레한 맛을내기에
적당히 마시곤 남은 것은 버렸다. 무엇보다도 그 시커먼 색이 다 마시면 안될 것처럼 지레 질리게 했다.
문우는 우리 집을 방문하여 직접 보이차 우려내는 법과 마시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다구가 변변찮은 내 사정을 알고 다구 일습을 모두 사가지고 왔다.
조금 전 집에 돌아와 오자마자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음악을 틀어 놓고 스텐드 불을 모두 밝히고 나 홀로 보이차랑 소꿉놀이(?)를 시작했다.
하늘엔 살 오른 반달이 걸려 있고, 강(중랑천) 건너엔 아파트 창마다 불빛이 다정하고
가로등은 중랑천 물결 위에서 살랑살랑 하늘하늘 은물결 금물결을 그리고 있는 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