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아프와 함께 요즘 집에 있을 때면 삐아프를 듣는다. 듣고 또 듣는다. 그 작은 몸집에서 어떻게 듣는 이의 영혼을 진동시키는 소리가 나오는 걸까.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 노래지만, 나는 그녀가 불러주는대로 따라 흥얼거리며 내 나름의 의미로 알아듣는다. 요 며칠 계속 집에 머물수 있었기.. 내 마음 한자락 2013.02.04
엘리의 양심고백 어제 밤 엘리와 함께 간단히 기도를 드리고 누워 자려는데, 엘리가 멈칫거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할머니, 나 할머니한테 정말 미안한 게 있어. 정말 미안해요." 뭐가 미안하냐 물었더니 손녀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있잖아요, 마음으로 기도할 때 나는 사실은 기도 안 했어요. 아무 생.. 내 마음 한자락 2012.12.26
연애는 몇 살에 시작? 우리 속담에 남녀 7세 부동석이란 말이 있다. 7세쯤 되면 남녀가 서로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고 서로가 다른 성임을 자각하게 된다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성장속도가 빠르니 7세를 5세로 낮춰도 될 듯 싶다. 엘리가 5세(만 나이론 3세) 이던 작년만 해도 엘리는 자기를 좋아.. 내 마음 한자락 2012.12.13
나무에게 꽃은 한 철이지만 나무는 사철 아름답다 봄에는 연초록 내어주고 여름엔 진초록 내어주고 가을엔 빨.주.노.초 내어주고 마침내 말없이 나비 춤추며 가을 대지를 덮는 나무 잎 진 나목으로 외로히 서 있는 겨울 조차도 너는 아름답구나 나무보다 더 아름다운 생명을 내 언제 또 보았을까 내 마음 한자락 2012.11.18
식어간다는 것 사람이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건 몸이 식어가다 마침내 차가워진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리라. 친정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던 순간이 떠오른다. 의식이 꺼져가는 아버지 곁에서 나는 계속 아버지의 팔다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어느 시점에 이르자 아버지의 체온은 추운 계절에 식어가는 .. 내 마음 한자락 2012.10.20
밥 먹어요 어제 밤 피곤한 몸을 누이며 자리에 들려는데 핸펀이 울린다. 춘천의 Y문우였다. 나를 만나겠다고 오늘 오기로 돼 있었기에 미리 확인 전화를 한 거였다. 내 목소리의 이상 기미를 감지햇는지, "선생님, 벌써 주무세요?"한다. "네, 나는 새나라의 어린이 스타일이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내 마음 한자락 2012.10.16
西에서 뜨는 아침 우리 집은 서쪽에서 해가 뜬다. 물론 질 때도 서쪽이지만... 베란다 창을 여니 아침 햇살을 받은 북한산 도봉산이 온통 햇살빛으로 물들어 있다. 조명을 한 듯 환한 햇살이 나를 향해 반사하는 아침에 '나답게 살기란?"이란 질문을 던져본다. 몇가지 고민거리를 곱씹으며, "이런 것도 없었.. 내 마음 한자락 2012.10.11
에잇, 차나 한 잔! 보이차를 우려 놓고 술 마시듯 들이키고 있다. 그야말로 '에잇, 차나 한 잔'이다. 나는 말을 했는데 너는 말을 못 알아듣는 두어 명으로 인해 내 심기가 좀 불편한 중이다. 나는 '어' 했는데 너는 '아'로 들었다면 그건 네 탓이지 내 탓은 아닐 것이다. 아니라면 내 발음이 불분명했을까? 그.. 내 마음 한자락 2012.10.03
달은 창 너머에 아까부터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가위를 지낸 달은 1% 수척해있었지만 그래도 말없이 서로가 서로를 응시하는 시간이 고즈녘하니 좋았다. 10월 가을 새벽에 보는 달은, 창 너머 저만치에 떠 있는 달은 그래서 더욱 달스럽다. 달이란 본디 가을 이미지를 품고 있지 않았던가. 그 차분함과 .. 내 마음 한자락 2012.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