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미사를 가려고 준비하는데, 하룻밤 새 북한산이 통채로 사라져 버렸다.
날은 거꾸로 돌아가 듯 다시 어둠을 향해 가고 있었고 암회색 하늘에선 번개가 번쩍 거렸다.
그리곤 창문을 부술 듯한 광풍이 불어대었다. 그러더니 이윽고 쏟아지는 비, 비, 비.
나도 모르게 창밖을 향해 넙죽 절을 올렸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좀더 많은 비를 내려주소서.
이 비가 메르스를 씻어가게 해주시고, 말라 갈라진 우리 땅을 살리게 해주시고,
정신 나간 저희들의 정신도 돌아오게 해주소서....
메르스와 싸우는 환자들, 그들을 위해 사투하는 희생적인 의료진들을 위한 묵주기도를 드렸다.
한데 비는 한번 요란하게 극고 지나가고는 다시 소식이 없다.
비야, 비야, 비야, 다시 미친듯 쏟아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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