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키우기 시작한 십자매를 언젠가 놓아주려고 한다.
원래는 한쌍이었는데, 새장 청소하고는 문을 열어 놓고 외출한 바람에 두 녀석이
새장을 탈출하여 베란다로 나왔다.
놈들을 잡아 넣으려니 역부족. 기왕에 자유를 맛 본 놈들이니 아예 날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베란다 창을 열어주자 숫놈은 날아가고 암놈은 나에게 쫓기다 도로 새장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날 이후 암놈은 낭군과 생이별하여 솔로 신세가 되었는데, 홀로 새장안에 동그마니 지내는 걸 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 지내도 즐길 거리가 많고 글도 쓰면서 전혀 심심찮게 보내는데 녀석은 새장에 갇혀 벗도 없이 무슨 재미로 사나 싶기도 했다.
마저 날려줄까 싶었지만, 험한 세상으로 보내기엔 아직은 때가 이른 것 같았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녀석이 시시때때로 부르는 노래소리가 듣기좋은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에 며칠 아들네로 가면서 일부러 새장 문을 열어 놓고 갔다.
베란다 바닥에도 모이를 뿌려주고 목욕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커다란 풀장도 마련해주었다.
오늘 아침 집에 오니 새장엔 물론 베란다에 새가 보이지 않는다.
방안을 살피니 침대 위에 새똥이 보였다. 녀석이 이방 저방 잘도 돌아다녔는가보다.
어디로 간걸까?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니 주방쪽 베란다에 있었다.
문발과 파리채를 이용해 녀석을 잡으려 하였으나 어찌나 잘도 날아다니는지 겨우 베란다로 쫓는 것에 성공했다.
실내로 통하는 창을 모두 닫고 조용히 기다렸더니 어느 새 새장 안으로 들어가 있다.
물을 새로 갈아넣어주고 모이도 보충하고 상추도 잘게 썰어 넣어주었다.
녀석은 며칠 걸신이 들렸던지 정신없이 모리를 쪼고, 사이사이 부리도 벼르고 하더니 이젠 자기 둥지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이따금씩 자유 시간을 주어 야성을 생기게 한다음 언젠가 날려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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