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4월16일, 세월호의 참극을 겪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한데 다시 우리는 메르스호에 갇혀 기우뚱거리는 선체 위를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일부는 바다로 빠져들어 죽어갔고, 아직 빠지지는 않았지만 곧 빠져들 것 같아 애태우는 사람도 있다.
메르스에 대해 알고 있던 공식이 줄줄이 빗나가고 도무지 아무 것도 확실한 게 잡히질 않는 다는 게
두터운 공포층이 되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나는 6월 내내 가벼운 몸살 증세를 앓았다.
고열은 아니지만 미열이 조금 있고, 기침 콧물도 들락날락하고(이런 증세는 기온 차가 있을 때마다 늘 있긴 했지만),
몸의 힘이 없는가하면 근육통이 있는 날도 있었다.
이런 증상이 지속된다면 나 또한 메르스 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이지만, 다행이 내 열기운은 37.4도를 넘지는 않았고,
증상은 약으로 잡아졌으니 메르스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늘 메르스의 공포에 잡혀 있었다. 내가 늘 집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1시간여 지하철을 타고 아들네를 오가야 하는 형편이기에
언제나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며칠 전 우리 집을 다녀간 성당 구역 반장 데레사씨는 내가 월초에 몸살기 있다는 얘기를 했었기 때문인지
성당 일로 방문했다가 곧 우리 집을 떠나갔다.
전엔 긴 시간 함께 얘기하는 걸 좋아했는데, 조심하려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렇지, 그렇게라도 우리는 서로 조심하며 살아야지.
어제 카톡으로 그녀에게 메르스에 도움 되는 정보를 보내주었더니, 몹시 걱정이 된다고 답신을 보내왔다.
그녀는 93세나 되는 노모와 혼자 살고 있는 여인이다. 형제도 친척도 없다. 미혼이니 당연히 딸린 가족도 없다.
다행이 평생 공무원을 하였기에 경제적으로는 여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메르스 공포는 돈으로도 해결 될 게 아니므로 그녀는 전전긍긍하는 모양이었다.
만에 하나 이런 난국에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거나 자기가 아프면 어쩌나 하는 것이리라.
그녀의 외로움과 힘든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요즘은 절로 나라를 위한 기도를 하게 된다.
내가 언제 나라 걱정을 심각하게 해봤던가. 하지만 요즘은 나라 걱정으로 나도 애가 탄다.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국토, 전염병에 우와좌왕하며 무너지는 경제, 인간관계도 조심스러운 마당이니 하늘을 향해 부르짖게 된다.
오늘은 다시 아들네로 가야한다. 더위를 잘 타고 땀을 잘 흘리는 나는 지하철에만 오르면 몸이 오스스 추워지며 불안해진다.
땀흘린 몸으로 강냉방이 된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같은 약자에겐 감기에 걸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덧옷을 가지고 다니지만 1시간여 냉방에 갇혀 있다 보면 덧옷 정도론 어림없어진다.
때문에 지하철을 타려면 마치 전장 속으로 들러가는 것만 같다.
지하철 안에 누군가 메르스 감염자가 있지 않을까, 내 몸이 추워 바이러스에 취약해지지 않을까....
오늘은 덧옷을 더 챙겨갈 생각이다. 마스크도 잘 챙기고 손수건도 잘 챙겨야지. 손도 잘 씻고, 얼굴은 가급적 만지지 말고,
, 사람들과 악수하지 말고, 끼니 잘 찾아 먹고, 영양가 있는 음식 먹고 비타민 먹고.....
아래의 내용은 아침에 인터넷 검색하다가 발췌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의 증식 정도는 어떻게 결정이 되는 겁니까?
◀ 리포트 ▶
노출된 바이러스의 양과 개인의 면역력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큰지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지병이 없고 나이가 젊어 면역력이 강해도, 너무 많은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폐렴이 급격히 악화돼 위험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노출된 바이러스 양이 적고 면역력이 강하다면 폐렴이 오기 전, 몸살이나 고열만 앓고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