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새들과 함께 새가 되다

tlsdkssk 2015. 3. 7. 08:33

어제, 평일 오전 미사를 드리고 오는 길에 십자매 한쌍을 사가지고 왔다.

길거리에 서있는 오토바이에 십자매와 잉꼬와 두어 종류 이름 모를 새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데도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 순대가게에 서 있는 영감님이 왠지 주인일 것 같아 다다가 물었다.

"새 주인이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토바이 곁으로 다가왔다.

어렸을 적에 집에 잉꼬가 있었다. 문조도 키워봤다. 그 때는 십자매가 별로 예뻐보이질 않았고 값도 헐했다.

한데 이번엔 무엇보다 십자매가 눈에 들어 온다. 작은 체구에 조촐한 색감이 더없이 정감가기에 망설이지 않고 십자매를 골랐다.

가격을 물으니 새장과 새를 합해 35.000원이란다. 마트보다 쌀 거라는 말을 곁들이면서.

나는 지갑을 뒤지고 성당 가방도  뒤져 만원짜리 한장과 오천원 짜리 두장과 천원짜리 열장을 찾아내었다. 

"이것 밖에 없는데 된다면 사고 안된다면 못사겠네요."

영감님은 망설임없이 물건을 풀어주었다. 

중국인들은 창가에 새장이나 새의 형상을 걸어두면 복이 들어온다고 한단다.

그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진즉부터 새를 키우고 싶었다. 언제나 곁에서 새소리가 들린다는 건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일이니까.

 

베란다에 새장을 놓아두곤 진종일 새를 구경하느라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새들은 쉴 새 없이 모이를 먹고 물을 마시고 똥을 싸고 깃털을 고르고 쪼로륵 노래했다. 그러다 아주 잠시 둘이 붙어 가만히 있곤 했다.

아니, 가만히가 아니다. 고개를 이리저리 갸우뚱 했다.

저녁 되어 해저물고 땅거미 지니 녀석들도  둥지 안으로 들어가 잘 준비를 한다.

짚으로 만든 작은 둥지 안에 둘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그렇게 안온하고 평화로워 보일 수가 없다.

나도 그 안으로 들어가고만 싶었다.

어느 순간 나도 한 마리 작은 새가 되어 그들 틈에 끼어 있었다.

모처럼, 홀로 지새우는  나의 밤도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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