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새 딸과 새 사위

tlsdkssk 2015. 3. 31. 17:44

십자매가 하루는 알을 하나 낳고, 다음 날은 두갤 낳고,

세번째 날 또다시 두개를 더 낳아 새 알 네개가 둥지에 앙징맞게 놓여 있다.

그중 맨 처음 낳은 알은 비스듬히 달려 있던 둥지에서 굴렀는지(암수가 드나들다 얼결에 밀어부쳤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새장 안을 들여다보니 하얀 조약돌 같은 새 알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속이 멀쩡한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일단 둥지에 넣어주려 손을 뻗었다.

녀석들은 내가 저희들을 어쩌는지 알고 푸닥거리며 난리를 쳤다. 그 바람에 나는 허리를 삐끗하고 말았다.

지난 토욜 아침의 일이다.  

새를 들여놓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경사라면 경사였다. 나는 졸지에 십자매의 친정엄마가 되고 만 것이다.

집을 비우면 새들의 모이 걱정, 물 걱정, 청소 걱정 부터 앞선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의 해방을 위해 애지중지 기르던  난을 남에게 주고 말았다지만 나는 아직 유소유하고 싶어

새로 인한 얽매임을 감수하려 한다.

아침에 친구 H에게 카톡으로 이 소식을 전하며, 새 딸래미 산구완 하고 있다,

암수가 번갈아가며 알을 품는 광경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전했더니,

너는 좋은 사위 두어 좋겠구나, 하는 답장이 왔다. 

이 넘들 덕분에 나는 연일 한의원에 가 물리치료도 받고 침도 맞고 하는 중이다.

움직일 때마다 허리 통증이 심해 집안은 치우지도 못하고, 주방도 엉망인 것이 새우리 저리가라 싶게 지저분하다.

어제부터 감기 기운까지 겹쳐 온몸이 힘들고 부자유하다.

새들로 인한 즐거움을 위해 이 고생을 감수해야 하다니 세상엔 정말이지 공짜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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