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을 모르는 이는 없을 터. 2002년에, 나는 어떤 소설가에게 앞으로 책을 세권쯤 더 낼 생각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무슨 계획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고 막연히 그냥 툭 던져본 소리였다. 그랬더니 그녀는 택도 없다는 듯 "그럴 수 있을까요?" 했다. 나 또한 그냥 던져본 소리라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첫 작품집을 내고 난 뒤로 점점 책을 내기가 싫어져 원고 청탁에 응하며 발표하는 것으로 끝내겠다고 마음 굳게 먹기도 했다. 책 세권의 꿈은 날로날로 멀어지고 아침 이슬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한데 그로부터 18년 후, 놀랍게도 나는 예정에도 없던 두 번째 작품집을 상재했다. 가 기획수필집 공모 한 것에 운좋게도 당선된 덕이었다. 2002년도에 첫 수필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