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거리, 거리들

tlsdkssk 2020. 3. 15. 07:58

거리란 떨어짐이다. 간격이다.

늘 붙어 살 수만도 없는 게 인간이지만 거리가 멀어지면 쓸쓸하고 추워진다.

각박한 현대인들은 이제껏 거리를 좁히려 애쓰며 살아왔다.

부모 지식간에. 친지와 지인들 간에...

그러던 게 2020년 2월이 지나면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이다.

거리에 나가도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고 걸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확인 바이러스 보유자가 되어 버렸기에 곁에 오는 걸 꺼려했다.

사람 '인'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는 형상인데 이제 사람들은 서로 기대면 안되었다.

나는 손녀를 맞이할 때 전처럼 포옹을 하지 않았다. 아들네 집에서도 나는 가급적 가족들과 거리를 두었다.

이젠 아들네 집에도 발길을 끊었고, 친구도 만나지 않고, 모임도 취소하였으며, 요양원에 계신 친정 엄마에게도 방문 금지가 되어 소식을 알 수 없다.  

그 뿐인가. 내 손도 내 얼굴을 함부로 만지면 안되었다. 

타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 부위끼리도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했다.

눈과 코끝이 근지러워도 손은 함부로 그 부위를 터치하면 안되었다.

비누로 손 씻기를 30초 가량 하고서야 비로소 접견이 허락되었다.  

 

마트에 가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갔던 어느 날이었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는데 참새 떼들이 여기저기에서 옹기종기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그들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사랑스럽게 보였지만 그날은 눈물겹도록 부럽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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