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달빛 새벽녘에 뭔가에 놀라 잠이 깨었다. 창문 가득 둥근 빛이 머물고 있었다. 순간, 어디 가까운 곳에 외등이 설치된 걸까? 싶었다. 놀라 잠이 달아나 자리서 일어나 창을 열었다. 아, 보름달이었다. 거실에 나왔더니 희끄무레한 달빛이 길게 바닥을 핥고 있었다. 나는 베란다로 나가 달을 향해.. 내 마음 한자락 2017.10.06
달개비가 사는 법 올봄 달개비 한 포기를 캐다가 베란다 화분에 심었다. 야생초라 어딜 가나 흔한 식물이지만, 달개비의 청아한 청색 꽃을 가까이 보려 일부러 캐왔다. 생명력이 강할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가지를 벋으며 자랄 줄은 몰랐다. 또한 달랑 두개의 여린 꽃잎만 달고 있는 달개비 씨가 그렇.. 내 마음 한자락 2017.09.17
과대망상을 하다 새벽에 일찍 잠을 깨었다. 어젠 민소매로 자다가 추워서 깨고, 오늘은 민소매 위에 걸친 덧옷 때문에 더워서 깼다. 혼자서도 잘 노는 나는 뭘할까 하다가 바나나를 우물거리며 우리 집 숫탉한테로 갔다. 자칭 나는 근래 화가가 되지 않았나. 닭을 모델로 작품하나 만들기로 했다. 나만의 .. 내 마음 한자락 2017.09.09
먼지에 갇히다 5월의 황금연휴를 방에만 갇혀 보냈다. 산과 들엔 신록의 눈부심으로 가득하건만 이 보석같은 계절에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폭설로 길이 막힌 것도 아니고, 폭우로 길이 패여나간 것도 아닌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먼지 군단들이 인간들을 갇우고 있다. 먼지란 공기중.. 내 마음 한자락 2017.05.08
꽃밥 먹는 마녀 이따금 꽃을 먹는다. 그냥 먹기도 하고 밥에 올려 먹기도 하고 야채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한다. 어여쁜 꽃의 여린 모가지를 꺽을 때마다 내가 마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 여리고 고운 것을 꺾다니, 환히 웃는 꼬마들을 꺾다니. 나는 잔인한 마녀. 저녁에 김밥 한 줄 사가지고 집에 오다가 .. 내 마음 한자락 2017.04.27
어제 내 식탁에선 베란다 화분곁에 세들어 살고 있는 야생초를 내 식탁에 올리기로했다. 내가 손수 키운 채소들과 곁들여 먹기로. 야생초인 별꽃이 식용해도 된다는걸 안 것은 최근이다. 덕분에 초능력적으로 번식력이 강한 요것들을 일부러 뽑지 않아도 되어 얼마나 좋은지..... 어제 아침 점심 식탁엔 쑥,.. 내 마음 한자락 2017.04.07
베란다 채소들 예전의 우리 집 베란다에선 꽃들이 피어나고 새들이 노래했다. 그러나 지금의 베란다엔 화초 반, 채소 반이다. 틈틈이 야생초도 자란다. 붉은 치커리 틈새로 보이는 건 '쑥'인데 내가 종종 뜯어 먹어 지금은 몇 잎파리 보이지 않는다. 농지(?)가 모자라니 다글다글 함께 자라는 중이다. 얘.. 내 마음 한자락 2017.04.06
고독, 넘쳐도 모자라도 안되는 삶의 영양소 이번 에세이~~에 발표된 내 작품 <미드나잇 블루>에 대한 평이 제법 괜찮다. 그 글을 쓸 때 나는 여러가지로 힘이 들었는데, 독자의 반응을 보니 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그 글의 주제는 고독이다. '고독이란 혼자 있는 기쁨,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정의했던 신학자가 있는.. 내 마음 한자락 2017.02.04
내 마누라가 아프다 며칠 전부터 오른손이 시원치않다. 좀더 정확히는 손이 아나라 손목이다. 손을 놀리는 방향에 따라 때론 '악~'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아프다. 손목이 끊어질 듯 아파서 손동작은 곧 중지되고 만다. 손을 쓰지 않고 쉬게해주면 나아질까 하고 오른 손을 쉬게 하고 외손으로 하루를 살아보았.. 내 마음 한자락 2017.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