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혼자 사는 재미

tlsdkssk 2021. 2. 21. 06:37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본디 어려서부터 혼자 잘 노는 아이였지만,

외로움을 탄다는 황혼이 되어서까지도 이렇게 잘 놀 줄은 몰랐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으로 내게는 놀 거리가 많다.

코로나 블루?

그딴 건 내 사전에 없다.

책하고 놀기, 글쓰기랑 놀기, 혼자 소리내어 하느님과 농담하는 재미, 

개 인형(골드리틀리버 종이다. 개만큼 크고)과 사진 속의 고양이하고 놀기, 영화보며 놀기, 음악 들으며 놀기...

이밖에도 수많은 놀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요즘은 단톡방엔 아예 들어가지도 않는다.

내 영혼과 가슴이 뛰지 않는 일엔 앞으로도 가급적 참여를 줄일 생각.

 

어젠 소설가 윤대녕의 글을 읽었는데, 

도서관의 직원들과 사서들은 모두가 밀납인형 같았다는 말에 혼자 킥킥 웃었다.

내가 아는 한 전직 사서의 얼굴이 떠오르며 100% 공감이 느껴진 때문이었다.   

도서관이란 '정숙'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어선가 그들 모두가 납골당 관리인처럼 한결같이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윤대녕의 이름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소설은 여태 단 한편(?한편은 봤는지도)도 못 읽었는데, 

이 에세이를 읽고는 그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밀납인형과 남골당 관리인이라는 두 단어 때문이었다.

나도 전직 사서에게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기에, 그리고 그게 몹시도 싫고 불편했기에 윤대녕이 내 쳇증을 날려준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