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독자의 차가운 외면에도
나는 왜 무모한 도전을 하는가!
우리 관용구 가운데 ‘한 방 먹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소 속된 표현으로 ‘말 따위로 상대방에게 충격을 주다.’라는 뜻이다. 이 관용구에 나오는 ‘한 방’이라는 낱말을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에 망설임 없이 끌어들인다. 여기의 ‘한 방’을 대체할 적절한 낱말이 안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수필집 모든 작품에는 ‘한 방’이 있다.
이번 민혜 수필집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는 해드림출판사에서 수필집으로는 처음으로 공모를 통해 기획한 수필집이다. 50여 권 분량의 작품이 들어왔는데, 민혜 수필가는 곧바로 응모를 하여, 다른 이의 작품보다 제일 먼저 읽게 되었다. 작품을 읽어가면서 ‘발굴’이라는 말이 떠올랐고, 어쩌면 이 작품을 선정하게 될지 모른다는 예상을 하였다. 이보다 더 나은 작품이 들어올까 싶을 만큼 공모 의도에 흡족하였기 때문이다.
응모한 작품을 모두 검토한 결과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민혜 수필가의 작품들은 무엇보다 고급스럽다. 사유와 표현력이 뛰어나고, 문장들을 맛깔스럽게 구사한다. 글이 젊고 재치가 넘친다. 수필이 이런 문학이구나 새삼 깨닫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독자를 유혹하고 싶었다
수필가로 등단한 작가의 수필집이 출간되면 몇 권이나 팔릴까.
20여 년 가까이 지켜본 결과는, 일반 독자가 구매하는 수필집은 1년 동안 채 열 권도 안 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혹독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원고를 공모하여 이 수필집을 기획출간 하였다. 여타 수필집과 똑같은 결과로 빚더미를 안게 되더라도, 수필이 얼마나 멋진 문학인지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독자에게든 특별히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수필집이 필요하였다. 냉정한 독자의 시선과 마음을 유혹해 수필 독자를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삭막해져 가는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데는 수필만 한 문학이 없다는 생각이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독서’ 하면 수필이라는 신념에도 변함이 없다. 수필이 국민문학이 될 때 대한민국은 행복지수 1위 국가가 된다는 것을 자신한다.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개인적 인연, 문단의 연륜이나 지위 등은 냉정하게 외면한 채 오로지 작품만 보았다. 따라서 이번 도전이, 독자들의 ‘생각의 근육’을 키우며 수필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독자의 지성과 감성을 오지게 자극하며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살가운 동반자가 될 줄 안다.
제 심장에 쓰인 것을 볼 수 있어요
-작가의 말 중에서
살아온 흔적들을 돌아보며 새삼 울컥했다.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듯 작품에 투영된 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만나 함께 울고 웃는 시간들이었다. 삶이란 결국 저마다의 위치에서 웃고 우는 일이 아니던가. 눈물이란 슬퍼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감사해도 감격해도 아름다움을 느낄 때도 나는 눈물이 난다.
출간 문제를 놓고 십여 년 넘는 세월을 고심했다. 작품은 넘치는데 갖은 이유들이 태클을 걸어왔다. 만인이 작가인, 수필집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내 작품을 내놔야 하는 명분에 대한 회의 때문이었다. 나는 자기 글에 대한 나르시시즘이 약한 편이다. 이는 작가로서의 겸손일 수도 있고 보다 높은 고지에 닿고 싶은 갈망일 수도 있다.
그러다 내린 결론이 누군가 손 내밀며 출판해주겠다면 모를까 자비출판은 안 하고 싶다는 거였다. 정 섭섭하면 몇 부만 인쇄해 자신에게 헌정할 생각이었다.
그럴 때, 그 절묘한 시점에, 해드림 출판사의 제1회 기획수필집 원고 공모 메일이 날아왔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아, 낭보가 들려왔다. 그 소식에 십여 년 앓던 통증이 다 사라졌다. 해드림 출판사가 내겐 의사였다. 일면식도 없는 내게 기회를 안겨준 것이다.
가곡 ‘아마릴리’는 사랑을 호소하는 노래로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내 마음속 소망의 여인이여…
내 가슴을 열면 심장에 쓰인 것을 볼 수 있으리다”
이 곡을 들을 때면 내 가슴이 작은 나뭇잎처럼 떨린다. 작곡자 카치니와 그 노래를 영원으로 승화시킨 베냐미노 질리에게 선망을 느끼며 나도 같은 호소를 올리려 한다.
“내 마음속 소망의 독자여, 벗이여, 제 책을 열면 제 심장에 쓰인 것을 볼 수 있어요. 저와 함께 웃고 울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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