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달 달이 서창너머로 지고 있다. 북한산 어디쯤 될 것이다. 빛깔은 오렌지다. 겨울 달빛이 차가우리라 생각하면 오산인 것 같다. 눈쌓인 산봉우리에 달은 오렌지빛 얼굴로 따뜻하게 설산을 녹이는 중이다. 내일이 보름이니 보름달이나 다름없다. 햇볕이 따스하다 하나 동짓달의 컴컴한 밤을 .. 내 마음 한자락 2013.12.17
오만에 대한 편견 J가 B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한다. 자신의 평론에 대해 극찬의 말을 했기 때문인데, 실은 나도 J의 필력에 극찬을 해준 적이 있음에도, 그녀는 그만 까맣게 잊고 최근의 B의 찬사만을 감격해 한 것이다. "그처럼 오만한 B가 칭찬을 하다니...."하며 자못 흥분한 억양이었다. 도도함과 오만함은.. 내 마음 한자락 2013.12.12
교황님께 지지를... 지난 28일자 신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교황 권고'에 대한 보도를 읽었다. "나는 자기 안위를 지키느라 속으로 병든 교회보다 길거리에 나가 있어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운 교회를 지키겠습니다." 라는 빈자를 위한 교회를 천명하는 말씀에 그만 가슴이 찡하였다. 교황과 교황청의 .. 내 마음 한자락 2013.11.30
플라톤의 행복론을 묵상하며 플라톤은 행복하기 위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 밖에는 인정받지 못한 명예. 넷째,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 내 마음 한자락 2013.11.15
쓸쓸한 날에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누군가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쳐 있는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 에밀리 디킨슨의 '만.. 내 마음 한자락 2013.11.08
사교적 언어의 비사교성 유난히 사교적 언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달변에 미소 가득한 표정은 후렴처럼 따라붙는다. 한데 능란한 언어로 상대를 주물러대는 그들의 언어를 나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피차 친근한 사이엔 이런 언어의 치장이 굳이 필요하지 않으나, 어정쩡한 관계거나 이해관계가 얽힌.. 내 마음 한자락 2013.11.05
용문산 낙엽지는 소리 어제, 2년 만에 용문산에 다시 올랐다. 2년 전 10월의 마지막 날, 나는 멋모르고 용문산을 따라갔다가 혼쭐이 난 적이 있었다. 올라도 기어도 끝이 안 보이는 험한 산, 가파른 경사를 바라볼 때마다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공포감, 그 준초한 벼랑에 버티고 서 있는 날카로운 암석.. 내 마음 한자락 2013.11.03
내 글에 대한 메아리/ 펌 마늘 까던 남자를 읽고 김선유 ‘언젠가부터 마늘을 까는 일은 그 남자의 몫이 되었다.’ 로 민혜의 수필 『마늘 까던 남자』는 시작된다. 퇴직한 그 남자와 화자의 이야기는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깊이가 있다. ‘아내를 도우는 남편의 이야기로구나.’ 하고 섣불리 .. 내 마음 한자락 2013.10.30
[스크랩] 이성복 11월 1 등뒤로 손을 뻗치면 죽은 꽃들이 만져지네 네게서 와서 아직 네게로 돌아가지 못한 것들 손을 빼치면 온통 찐득이는 콜타르투성이네 눈을 가리면 손가락 사이로 행진해가는 黃帽派(.. 내 마음 한자락 2013.10.26
산이 상을 주다 이번에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상금도 200마넌이나 되니 수필 한편의 고료치고는 톡톡하다. 내가 쓴 글은 <산>이었다. 내 인생의 산과 땅 위에 불끈 솟은 산이라는 두 가지 의미의 산을 씨줄과 날줄로 엮듯 써내린 글이다. 다시 산에 가고 싶다. 내 마음 한자락 201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