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엘리의 양심고백

tlsdkssk 2012. 12. 26. 07:34

어제 밤 엘리와 함께 간단히 기도를 드리고 누워 자려는데, 엘리가 멈칫거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할머니, 나 할머니한테 정말 미안한 게 있어. 정말 미안해요."

뭐가 미안하냐 물었더니 손녀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있잖아요, 마음으로 기도할 때 나는 사실은 기도 안 했어요. 아무 생각도 안했어요.

난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걸."  

나는 그만 으흐흐 웃음이 터져 나오려했으나 웃음을 꾹 들여밀고는 엘리를 꼭 안아주었다.

 

엘리와 자는 날이면 나는 엘리를 무릎에 앉히고 함께 기도를 한다.

엘리의 눈높이에 맞춰 기도를 하는데 내가 많이 피곤한 날은

"오늘은 그냥 마음으로 기도하고 자자."하고는 그냥 누워 버렸다.

엘리도 잠이 쏟아지는 날이면 내 무릎에 앉아 함께 기도드리는 게 꾀가 나는지,

"할머니, 오늘도 마음기도 하고 자요."하고는 그냥 눕고는 했는데,

어제 밤 엘리는 그 사실을 양심 고백하며 내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 온 거였다.

하늘 나라란 진실로 어린이와 같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어제 엘리를 통해 새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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