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마흔 살의 시/문정희 -마흔 살의 시/문정희- 숫자는 시보다도 정직한 것이었다 마흔살이 되니 서른아홉 어제까지만 해도 팽팽하던 하늘의 모가지가 갑자기 명주솜처럼 축 처지는 거라든가 황국화 꽃잎 흩어진 장례식에 가서 검은 사진테 속에 고인 대신 나를 넣어놓고 끝없이 나를 울다 오는 거라든가 심술이 나는 것도 아.. 詩가 흐르는 상자 2008.10.03
[스크랩] 황진이 시 모음집 ● 잣나무 배 <황진이> 저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조그만 잣나무 배 몇 해나 이 물가에 한가로이 매였던고 뒷사람이 누가 먼저 건넜느냐 묻는다면 문무를 모두 갖춘 만호후라 하리 小栢舟(소백주) 汎彼中流小柏舟 幾年閑繫碧波頭 後人若問誰先渡 文武兼全萬戶侯 범피중류소백주 기년한계벽파두 후.. 詩가 흐르는 상자 2008.09.21
죽음에 대한 시 죽음에 대한 제임스 웰던 존슨의 아름다운 시(詩)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뉴 올리언즈 주(州)의 흑인사회에서 거행된 축하행사 같은 장례식에서 읊은 시입니다. 울지 말라, 울지 말라. 그녀는 죽은 것이 아니다. 그녀는 예수의 품에서 쉬고 있다. 가슴이 아픈 남편이여, 더 이상 울지 말라. 슬픔에 잠긴 아.. 詩가 흐르는 상자 2008.09.21
사랑/안나 아흐마또바 사랑 때론 동그랗게 또아리 틀고 있는 작은 뱀처럼 심장은 마법에 걸리고 때론 하얀 유리창 위 비둘기처럼 온종일 구슬피 운다 때론 맑은 서리 속에서 반짝이고 비단 꽃무늬 잠결 속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사랑은 확실하고 은밀하게 환희와 평온에서 온다 바이올린의 구슬픈 기도 속에서 그렇게 .. 詩가 흐르는 상자 2008.09.17
꽃/김수영 꽃 정말 내 이름을 부르지 마시고 나를 찾지 마세요 모­든 작의(作意)와 의지가 수포로 돌아가는 속에 나는 삽니다 나의 허탈하고 황막한 생활에도 한 떨기 꽃이 있다면 어머니 나에게도 정말 꽃이 있습니까 손을 대어서는 아니되는 꽃 결코 아무나 손을 대어서는 아니되는 이 꽃 확실한 현실이여 내.. 詩가 흐르는 상자 2008.09.17
[스크랩] 이별의 능력 / 김행숙 이별의 능력 - 김행숙 ...나는 기체의 형상을 하는 것들.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당신의 폐로 흘러가는 산소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태울 거야. ...당신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알고 있었니? ...당신이 혐오하는 비계가 부드럽게 타고 있는데 ...내장이 연통이 되는데 ...피가 끓고 .. 詩가 흐르는 상자 2008.08.18
[스크랩] 2081. 김행숙의 [타인의 의미] 타인의 의미 - 김행숙 살갗이 따가워, 햇빛처럼 네 눈빛은 아주 먼 곳으로 출발한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뒤돌아볼 수 없는 햇빛처럼 쉴 수 없는 여행에서 어느 저녁 타인의 살갗에서 모래 한 줌을 쥐고 한없이 너의 손가락이 길어질 때 모래 한 줌이 흩어지는 동안 나는 살갗이 따가워. 서 있는 얼굴이 .. 詩가 흐르는 상자 2008.08.18
[스크랩] [김행숙] 우주 정거장처럼 우주 정거장처럼 김행숙 허공에서 문득 생각난 듯이 멈춘 새의 날개처럼 모래밭에 발자국 하나 쓰러져 있습니다 한 개의 발자국과 한 개의 발자국 사이 공간은 의문은 우주 정거장처럼 그녀는 희곡작품을 쏘고 있습니다 인물과 인물의 대화 사이에 홀로 늙어가는 여인이 오래 중얼거렸습니다 발자국 .. 詩가 흐르는 상자 2008.08.18
명시감상(五) 명 시 감 상(五) 거 울 李 箱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말왼손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 詩가 흐르는 상자 2008.07.31
명시감상(四) 명 시 감 상 (四) 序 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1941,11.20에 쓴 작품으로 민족시인이며 저항시.. 詩가 흐르는 상자 2008.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