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불취불귀 (不醉不歸)/ 허수경 불취불귀(不醉不歸) ㅡ 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 그늘이었는가 마..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3.20
[스크랩] 슬픔이 나를 깨운다 / 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벌써! 매일 새벽 나를 깨우러 오는 슬픔은 그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소리 없이 나를 흔들고, 깨어나는 나를 지켜보는 슬픔은 공손히 읍하고 온종일 나를 떠나지 않는다. 슬픔은 잠시 나를 그대로 누워 있게 하고 어제와 그..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3.19
[스크랩] 일인분의 고독 / 장석주 일인분의 고독 / 장석주 당신이 내게 보인 뜻밖의 사적인 관심은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관례적 방식을 빌기는 했지만, 당신의 '사랑한다'는 고백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기뻤습니다. 잎을 가득 피워낸 종려나무, 바다에 내리는 비, 그리고 당신. 그것은 나를 기쁘게 ..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3.14
[스크랩]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 / 류 시 화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 / 류시화 너는 내 최초의 현주소 늙은 우편 배달부가 두들기는 첫번째 집 시작 노트의 첫장에 시의 첫문장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른 사람들은 너를 너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너를 너라고 부르지 않는다 너는 내 마음 너는 내 입 안에서 밤을 지샌 ..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3.14
[스크랩] 러브호텔 - 문 정 희 러브호텔 / 문정희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1.22
[스크랩]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 니체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대가 나를 속인 것 때문이 아니라 이제 다시는 그대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행위는 약속할 수 있으나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감정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으므로.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겠노라고 약속을 하는 자는 자신의 힘에 겨운 것을 .. 詩가 흐르는 상자 2008.12.27
[스크랩] 시 詩 남편 / 문정희,........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바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 詩가 흐르는 상자 2008.10.03
공항에서 쓸 편지/문정희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나 지금 결혼 안식년 휴가 떠나요 그날 우리 둘이 나란히 서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겠다고 혼인 서약을 한 후 여기까지 용케 잘 왔어요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고 아니 오아시스가 사막을 가졌던가요 아무튼 우리는 그 안에다 잔뿌리를 내리고 가지들도 제법 .. 詩가 흐르는 상자 2008.10.03
[스크랩] 문정희 시인의 좋은 시 모음 감옥문을 열며 그가 다녀온 감옥은 어떤 곳일까 내가 알기로는 감옥은 죄인을 가두는 곳인데 그는 그곳을 다녀온 죄인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그를 죄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영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니면 재수가 없었다고나 할까 젊잖게 시대의 희생양이라고 부를 때도 있다 그를 보면 .. 詩가 흐르는 상자 2008.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