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정거장처럼
김행숙
허공에서 문득
생각난 듯이 멈춘 새의 날개처럼
모래밭에 발자국 하나 쓰러져 있습니다
한 개의 발자국과 한 개의 발자국 사이
공간은
의문은
우주 정거장처럼
그녀는 희곡작품을 쏘고 있습니다
인물과 인물의 대화 사이에
홀로 늙어가는 여인이 오래 중얼거렸습니다
발자국 하나는
시간을 끝없이 늘려놓습니다
지워진 이야기는
다음번에 나타납니다
낮의 신발에서 벗겨진
밤의 발이 부어오르듯이
네 번째 발자국은
세 번째 발자국을 찾아갈 것입니다
지상에 첫걸음을 뗀 아기는
미래에
홀로 아흔 살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래에
그녀는 희곡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낯선 방문객이 찾아왔습니다
그 자의 대사가
밤중에 큰 소리로 울려퍼졌습니다
ㅡ 계간 『현대시학』2008년 4월호 발표 ㅡ
김행숙 시인
1970년 서울,
고려대 국어교육과 및 같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
1999년『현대문학』에 「뿔」 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
현재 고려대와 상명대에 출강.
시집 『사춘기』(문학과지성사, 2003)
『이별의 능력』(문학과지성사, 2007).
출처 : [김행숙] 우주 정거장처럼
글쓴이 : 병풍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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