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정말 내 이름을 부르지 마시고
나를 찾지 마세요
모든 작의(作意)와 의지가 수포로 돌아가는 속에 나는 삽니다
나의 허탈하고 황막한 생활에도 한 떨기 꽃이 있다면
어머니
나에게도 정말 꽃이 있습니까
손을 대어서는 아니되는 꽃
결코 아무나 손을 대어서는 아니되는
이 꽃
확실한 현실이여
내가 대결하고 있는 것은 나의 그림자
인생의 해탈을 하지 못하고도
맑게만 살려는 데에 나의 오해와
비극과 희극과
타락 이상의 질식이 있습니다
꽃 아닌 꽃이여
잔혹한 진행이여
벌써 나의 고장이 없어진 지 오래인
내가 다시 내 고장을 찾아야 할 때
나의 이성(理性)은 나의 피부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름을 버리고 몸을 떠난지
오래인 나의 흔적을 다시 찾지 마세요
이즈러진 진리여,
어머니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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