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부재(不在) /김춘수 부재(不在) 김춘수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 나팔꽃 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없이 져 버렸다. 차운 한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청석(靑石) 섬돌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일없이 세월(歲月)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 출처.김..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8.16
[스크랩] 고향--정지용 詩 채동선 작곡 조수미 노래 고향--정지용 詩 채동선 작곡 조수미 노래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려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하늘만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이 쓰..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8.16
[스크랩] 물의 베개 / 박성우 물의 베개 / 박성우 오지 않는 잠을 부르러 강가로 나가 물도 베개를 베고 잔다는 것을 안다 물이 베고 잠든 베갯머리에는 오종종 모인 마을이 수놓아져 있다 낮에는 그저 강물이나 흘려보내는 심드렁한 마을이었다가 수묵을 치는 어둠이 번지면 기꺼이 뒤척이는 강물의 베개가 되어주는 마을, 물이 ..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8.16
[스크랩] 눈물 - 오세영 눈물 / 오세영 인생이란 기쁨과 슬픔이 짜아올린 집, 그 안에 삶이 있다. 굳이 피하지 말라. 슬픔을 … 묵은 때를 씻기 위하여 걸레에 물기가 필요하듯 정신을 말갛게 닦기 위해선 눈물이 있어야 하는 법, 마른 걸레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오늘은 모처럼 방을 비우고 걸레로 구석구석 닦는다. 내일은 우..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8.04
[스크랩] 뮤즈와 팜므파탈 - 신달자 뮤즈와 팜므파탈 신달자 밤 12시에 남자가 전화를 하면 요부같이 꾸미고 여우같이 날쌔게 달려가고 싶다 가서 불꽃튀는 시선 하나로 남자의 몸에 불을 댕겨서 삐거덕 삐거덕 생의 관절을 꺾게 하고 싶다 데릴라 쟝 뒤발 양귀비 장희빈 그런 여자처럼 남자의 생의 문고리를 꽈악 잡고 뒤흔들면서 드디..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7.31
[스크랩] 나 그대에게 ....칼릴지브란 나 그대에게 ....칼릴지브란 나 그대에게 아름다운 이름이고 싶다 차가운 바람속에 그대 있을 때 라도 그대 마음 따뜻하게 채워 드릴 수 있는 그대의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서로에게 어려운 사람이길 바라지 않는 까닭에 그대 말하지 않는 부분의 아픔까지도 따뜻이 안아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대 ..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7.31
[스크랩] 우표 한 장 붙여서 / 천양희 우표 한 장 붙여서 / 천양희 꽃 필 때 널 보내고도 나는 살아남아 창 모서리에 든 봄볕을 따다가 우표 한 장 붙였다 길을 가다가 우체통이 보이면 마음을 부치고 돌아서려고 내가 나인 것이 너무 무거워서 어제는 몇 정거장을 지나쳤다 내 침묵이 움직이지 않는 네 슬픔 같아 떨어진 후박 잎을 우산처럼..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7.25
[스크랩] 지진 / 신달자 지진 당신이 내 앞에 있었다 지진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강력한 쓰나미의 해일이 지구를 덮쳐 버렸다 오 맙소사! 우리는 비를 사랑의 비라고 고쳐 불렀다 사랑은 대답이 없었다 폐허의 가슴과 가슴이 지붕을 이뤄 오래 폐허로 살았다 당신은 어느 날 내 몸의 폐허까지 온몸에 휘감고 해일에 힙쓸려 ..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7.20
[스크랩] 위험한 사랑 위험한 사랑 김 세형 앞마당 반쯤 허물어진 흙 담장 구석에 늙은 맨드라미 꽃 하나 뜨거운 태양에 얼굴이 그을린 채 벌을 서듯 해종일 고개를 떨구고 서 있다 그 꼴을 양지바른 툇마루에 앉아 무관심한 척 몰래 바라보다가 왠지 갑자기 울컥해져 오랜만에 바가지로 물을 듬뿍 퍼다 맨드라미꽃의 마른 ..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