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이별의 능력 / 김행숙

tlsdkssk 2008. 8. 18. 08:33
 

이별의 능력


- 김행숙



...나는 기체의 형상을 하는 것들.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당신의 폐로

흘러가는 산소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태울 거야.

...당신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알고 있었니?

...당신이 혐오하는 비계가 부드럽게 타고 있는데

...내장이 연통이 되는데

...피가 끓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모든 안개를 거느리고 이민을

떠나는데


...나는 2시간 이상씩 노래를 부르고

...2시간 이상씩 빨래를 하고

...2시간 이상씩 낮잠을 자고

...3시간 이상씩 명상을 하고, 헛것들을 보지. 매우

아름다워.

...2시간 이상씩 당신을 사랑해.

...당신 머리에서 폭발한 것들을 사랑해.

...새들이 큰 소리로 우는 아이들을 물고 갔어. 하염

없이 빨래를 하다가 알게 돼.

...내 외투가 기체가 되었어.

...호주머니에서 내가 꺼낸 건 구름, 당신의 지팡이.

...그렇군. 하염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하염없이 낮잠을 자다가


...눈을 뜰 때가 되었어.

...눈과 귀가 깨끗해지는데

...이별의 능력이 최대치에 이르는데

...털이 빠지는데.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

기. 2분간 냄새가 사라지는데

...나는 옷을 벗지. 저 멀리 흩어지는 옷에 대해

...이웃들에 대해

...손을 흔들지.




//


한 권의 시집을 읽는데 때로는 소설보다 더딜 때도 많다.

아무리 읽어도 글자가 하나하나 들어와 산산이 흩어질 때는 더 난감하다.

요즘 산 몇 사람들의 시집이 조금 낯설어서 읽기 고단한데.

이제는 그 만큼 세월이 흘러서인지, 아니면 성향이 달라서인지

도무지 한 사람에게 근접해 가는 일은 언제나 쉽지않다.


통째로 시집 한 권을 읽으면 좀 더 가까이 그들에게로 갈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더 모호해지는 길 찾기는 아닐지.

그래도 내가 아닌 남을 한 권씩 읽는 일은 즐겁지 아니한가.

누군가 먼저 간 길, 모르는 길을 쫄래쫄래 좇아가보는 것도 재미다.


이 무더운 여름이 독서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던데.......

밤에 뭐하세요? *^^*

전 주로 잠을 잡니다. 오늘 새벽에는 제가 경찰이 되어서

무엇을 위한 모금(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사람들을 돕기 위한)한

커다란 돈 보따리를 어딘가로 수송하기 위하여 기구를 탔었지요.

생전처음, 예전에 글라이더도 타보고, 비행기도 탔었지만 기구는 처음이었네요.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깨어버려서, 바람이 불더라구요!

기구가 가라앉아서 결국 시간 안에 가지도 못하고, 애만타다가. ㅎ


출처 : 이별의 능력 /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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