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 롱펠로우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여라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고, 허물어지는 벽에는 담쟁이 덩굴,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을 날려가네 날은 춥고, 쓸쓸하네 내 인생도 춥고, 어둡고, 쓸쓸하네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네 내 생각은 허물어지는 과거의 담벽에 붙어 불어오는 질풍..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6.01
다 아는 이야기/박노해 다 아는 이야기/ 박노해 바닷가 마을 백사장을 산책하던 젊은 사업가들이 두런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인데 사람들이 너무 게을러 탈이죠 고깃배 옆에 느긋하게 누워서 담배를 물고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 어부들에게 한심하다는 듯 사업가 한 명이 물었다 왜 고기를 안 잡는 거요? "오늘 잡..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4.03
일본이여.../정호승 일본이여, 울지 마소서! - 정호승 일본이여, 울지 마소서 일본이여, 일어나소서 지진으로 무너진 땅에도 꽃은 피고 쓰나미로 쓰러진 해안에도 갈매기는 납니다 2011년 3월 11일 센다이 동쪽 바다 그 거대한 지진의 파도 무서운 속도로 해안을 삼키고 마을을 삼키고 자동차와 기차를 장난감처럼 삼키고..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3.18
오십세/문정희 오십 세 / 문정희 나이 오십은 콩떡이다 말랑하고 구수하고 정겹지만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화려한 뷔페상 위의 콩떡이다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내가 콩떡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 죄는 아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시간은 안 가고 나이만 왔다 엉큼한 도둑에게 큰 것 하날 잃은 것 같다 하..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1.07
나는 나의 친구/이상례 나는 나의 친구/이상 이상례 혼자라 천지라 내 안에 나를 줄 수 있음으니 행복하여라 나의 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 내 안에 있고 나의 새보다 더 든든한 새 내 안에 있음이니 그 무슨 아쉬움이더라 내 나의 들었으니 나를 내 존재였음이라 나여라 이 혹한 한설 몰아치는 한 겨울에도 나의 하나 뿐인 내 ..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1.06
넬라 판타지아 Nella Fantasia - Sarah Brightman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넬리판타지아 이오 베도운도 몬도 쥬스토) 내 환상안에서 나는 한 세계를 보았습니다 Lo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a. (리 뚜띠 비보노 인 파체이 노네스타) 그곳에는 모두 정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이오.. 詩가 흐르는 상자 2010.12.29
나무를 모르는 나무/황성희 나무를 모르는 나무 / 황성희 바람이 몹시 분다. 이름도 모르는 벌판에서 나무가 뭔지도 모르면서 나무로 살았다. 저 멀리 벌판 끝으로 눈물이 가득 들어찬 눈동자들이 눈물의 의미도 모르면서 반짝반짝 글썽인다. 여기는 어디일까. 나무는 생각하는 법도 모르면서 제목도 모르는 책 앞에서 턱을 괸다... 詩가 흐르는 상자 2010.12.29
빈집의 약속/문태준 빈집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메달아 두듯 마음에 .. 詩가 흐르는 상자 2010.12.29
얼룩에 대하여/장석남 얼룩에 대하여 장석남 못 보던 얼룩이다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에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 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 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빛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 千手千眼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 몇.. 詩가 흐르는 상자 2010.12.27
내 이름은 I am...../헬렌 말리코트 나는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이름은 '나는 있는 자로서이다(I am)이다." 주님은 잠시 말씀을 멈추셨다 나는 주님의 다음 말씀을 기다렸다 주님께서는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과거를 살아갈 때 과거의 실수와 후회 속에서 살아갈 때 너.. 詩가 흐르는 상자 2010.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