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고독 / 문정희 고독 / 문정희 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9.17
[스크랩] [명시]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 호 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9.16
[스크랩] [명시]혼자라는 건 / 최영미 혼자라는 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 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힌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드려도 안..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9.04
[스크랩] [명시]신록 / 서정주 신록 / 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애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9.04
[스크랩] [좋은 시]흔들릴 때는 /이동식 흔들릴 때는 /이동식 지금 사랑 하면서 흔들림을 느낄 때면 나무를 보세요 그것이 어디에 서있는 나무든 가리지 말고 나무를 보세요 나무도 흔들리지요 이파리가 흔들리고 가지가 흔들리고 몸체가 흔들리고 나무도 흔들리지요 그러나 가만히 들어보세요 그러면 보일 것입니다 몸체가 흔들리면 그 몸..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9.04
[스크랩]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 이기철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 이기철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석양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지워내지 못한 기억으로 얽은 홀방에서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은 따뜻하다 ..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8.29
[스크랩] 순간(瞬間) / 문정희 순간(瞬間) / 문정희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리고, 오래오래 그리워했다.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8.28
[스크랩] 울음1 /오세영 울음1 /오세영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울 줄을 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갓 태어나 탯줄에 목을 감고 우는 아기, 빈 나무 끝에 앉아 먼 하늘을 향해 우짖는 새, 모두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같이 울고 또 울린다. 삶의 순간은 항상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므로…… 바람이 우는 것이냐..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8.28
[스크랩] 여름 편지 / 마종기 여름 편지 / 마종기 무모한 여름이여. 꽃들은 여기저기서 책임도 지지 못할 임신을 하고, 풀도, 나무도, 나도 여름이면 도둑처럼 지붕 위로 올라갔었다. 지붕 위의 하늘은 몇 개쯤이던가. 애매한 맹세를 은근히 사방에 흘리면서 날개 빠른 새가 되어 사방을 들뜨게 했다. 아, 정말 들뜨게 했다. 모든 약.. 詩가 흐르는 상자 2011.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