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달팽이의 꿈 /이윤학 달팽이의 꿈 /이윤학 집이 되지 않았다 도피처가 되지도 않았다 보호색을 띠고 안주해버림이 무서웠다 힘겨운 짐 하나 꾸리고 기우뚱 기우뚱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얼굴을 내밀고 살고 싶었다 속살을 물 위에 싣고 춤추고 싶었다 꿈이 소박하면 현실은 속박쯤 되겠지 결국은 힘.. 詩가 흐르는 상자 2012.01.29
[스크랩] 새벽 안개...신경림 새벽 안개...신경림 사랑을 배우고 미움을 익혔다 이웃을 만나고 동무를 사귀고 그리고 더 많은 원수와 마주쳤다 헛된 만남 거짓 웃음에 길들여지고 헤어짐에 때로 새 힘이 솟기도 했으나 사랑을 가지고 불을 만드는 대신 미움을 가지고 칼을 세우는 법을 먼저 배웠다 법석대는 장.. 詩가 흐르는 상자 2012.01.27
[스크랩]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Illumination / Secret Garden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 詩가 흐르는 상자 2012.01.27
탈선/방우달 탈선이란 낯선 곳을 한 번 슬쩍 가보는 것, 가서 만져보는 것, 건드려보는 것, 말 붙여 보는 것, 그리고 돌아오는 것, 돌아오지 않으면 탈선이 아니다. 詩가 흐르는 상자 2012.01.15
[스크랩] 사평역에서 / 곽재구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 詩가 흐르는 상자 2011.12.26
[스크랩] 하루...천양희 하루...천양희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서 나는 잠시 나를 내려놓았다 어디서 너마저도 너를 내려놓았느냐 그렇게 했느냐 귀뚜라미처럼 찌르륵대는 밤 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하면서 그 거짓말로 나는 나를 지킨다 꿈결같이 포근한 클래식 1. 타이스의 명상곡 - 마스네 2. (꿈을.. 詩가 흐르는 상자 2011.12.22
[스크랩] 창녀와 천사 / 문 정 희 창녀와 천사 나 요즘 창녀에 실패하고 있는 것 같다 천사이며 창녀인 눈부신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어느때 치마를 벗을지를 몰라 어느 벌판 어느 강줄기를 따라가야 술집과 벼락이 있는 줄을 여름날 동안 누가 주인인지를 몰라 문밖에서 홀로 서성이고 말았다 폭풍을 먹어 치우고.. 詩가 흐르는 상자 2011.12.22
[스크랩] 대화(對話) / 마종기 대화(對話) 마종기 아빠, 무섭지 않아? 아냐, 어두워. 인제 어디 갈 꺼야? 가 봐야지. 아주 못 보는 건 아니지? 아니. 가끔 만날 꺼야. 이렇게 어두운 데서만? 아니. 밝은 데서도 볼 꺼다. 아빠는 아빠 나라로 갈 꺼야? 아무래도 그쪽이 내게는 정답지. 여기서는 재미 없었어? 재미도 있.. 詩가 흐르는 상자 2011.12.22
[스크랩]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오규원님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 詩가 흐르는 상자 2011.12.12
[스크랩] 옛날 애인/유안진 옛날 애인 / 유안진 봤을까? 날 알아봤을까? 무어라고 썼을까? / 유안진 간음 현장의 여인을 끌고 와 물었다 율법대로 돌로 치리이까? 말없이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쓰고 일어선 예수는, 죄 없는 이부터 먼저 치라 고 하며, 다시 땅바닥에 썼다 1. 대단하지 않소, 혼자서도 간음할 수 .. 詩가 흐르는 상자 201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