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인생...이기철 인생...이기철 인생이란 사람이 살았다는 말 눈 맞는 돌멩이처럼 오래 견뎠다는 말 견디며 숟가락으로 시간을 되질했다는 말 되질한 시간이 가랑잎으로 쌓였다는 말 글 읽고 시험 치고 직업을 가졌다는 말 연애도 했다는 말 여자를 안고 집을 이루고 자식을 얻었다는 말 그러나 마지막엔 ..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1.06
강은교 시 모음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1.04
성미정의 시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1.04
[스크랩] 러브호텔....문정희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늘, .. 詩가 흐르는 상자 2015.12.29
[스크랩] 겨울나무 ... 장석주 겨울나무 ...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녘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 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끊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 詩가 흐르는 상자 2015.12.21
아직 손을 잡지 않았다면/이문재 아직 손을 잡지 않았다면 이 문재 아직 손을 잡지 않았다면 아직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았다면 그대는 아직 그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그대가 싫어하는 음식이 뭔지 모른다면 지금까지 자기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면 그이는 아직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날카.. 詩가 흐르는 상자 2015.12.20
남국에서/ 니체 남국에서 - Friedrich Nietzsche - 나는 휘어진 가지 위에 매달려서 나의 지친 몸을 흔들고 있다. 한 마리의 새가 나를 손님으로 초대하여, 나는 그 둥지 속에서 쉬고 있다. 이 곳은 어디인가? 아아, 아득히도 먼 곳! 하얀 바다는 깊은 잠에 취해 누워 있고, 새빨간 돛이 그 위에 떠 있다. 바위와, .. 詩가 흐르는 상자 2015.12.17
[스크랩] 외로운 영혼의 섬 ... 조병화 섬 ... 노창선 우리는 섬이 되어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 오고 가는 이 없는 끝없이 열린 바다 문득 물결 끝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그러나 넋의 둘레만을 돌다가 스러지는 불빛, 불빛, 불빛, 불빛 외로움이 진해지면 우리들은 저마다의 가슴 깊이 내려가 지난날의 따스한 입맞춤과 눈물과 어.. 詩가 흐르는 상자 2015.12.15
[스크랩] 안개속 / 헤르만 헤세 안개속 / 헤르만 헤세 기이하여라,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든 나무 덤불과 돌이 외롭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 환했을 때 내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이제, 안개가 내려, 더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나직.. 詩가 흐르는 상자 201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