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진달래꽃 시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해 설 이 시는 ..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7.28
송재학 시 죽음과 삶에 대한 모호함의 경계선 -송재학<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이 은서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수로(水路)를 따라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주네 결코 눈뜨..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7.22
[스크랩] 시를 읽는다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7.20
[스크랩] 전화 - 마종기 전화 - 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7.15
유월의 언덕에서/김단혜 봄, 나를 생각한다 글; 김단혜 창문을 연다. 이제야 나는 나를 생각한다. 왜 나는 여기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가끔, 긴 호흡으로 누군가를 향해 중얼거리는 것에 대하여. 외로운 날이면 크리스탈 핑크빛 립스틱을 바르고 책의 속살을 만지러 나만의 다락방으로 간다. 앉은뱅이책상을 ..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7.08
셀라비/류근 불 꺼진 술집에 매달려 문 두드리는 술꾼처럼 재혼한 옛 부인 찾아가 그 낯선 갓난 아기 앞에서 훌쩍훌쩍 울음을 쏟아내는 실직자처럼 계산 끝나자 얼굴조차 까맣게 지워버린 술집여자에게 밤마다 편지를 쓰는 시인 아무개처럼 인생이란 그런것이다 깨달을 땐 이미 늦은 것이다 미리 우..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7.08
마경덕 시 시인의 퍼즐게임 / 마경덕 봄이 출하되었다 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인들이 몰려들어 맨얼굴로 바람을 만져보고 육질이 연한 봄을 구입했다 재생 뻐꾸기테이프, 냉이초록접시, 민들레바람세트… 봄의 밀도를 올려줄 재료들이 와르르 책상으로 쏟아졌다 바람의 힘줄도 말랑해져서 매..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6.15
신발론/마경덕 신발論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보따리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와 병원으로 은행과 시장으로 화장실로, 신발은 맘먹은 대로 나를 끌고 다녔다. 어디 한번이라도 막막한 세상을 맨발로 건넌 적..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6.15
다시 남자를 위하여/문정희 다시 남자를 위하여 요새는 왜 사나이를 만나기가 힘들지. 싱싱하게 몸부림치는 가물치처럼 온 몸을 던져오는 거대한 파도를........ 몰래 숨어 해치우는 누우렇고 나약한 잡것들 뿐 눈에 띌까,어슬렁거리는 초라한 잡종들 뿐 눈부신 야생마는 만나기가 어렵지. 여권 운동가들이 저지른 일..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6.12
꽃/ 기형도 꽃 내 영혼(靈魂)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정원(庭園)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기형도 세월이 가면/..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