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풀/문정희 떠돌이 풀/문정희 집시처럼 떠돌며 살아가는 풀을 보았다 온몸을 축구공처럼 둥글게 말아가지고 땅 위를 굴러다니다가 일 년에 한두 번 사막에 비가 오면 그 자리에 얼른 뿌리를 내려 생명을 퍼뜨리는 덤블링플랜트* 폭양을 쪼아 먹고 사는 새처럼 황금빛 뼈와 날카로운 가시만 남은 가..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6.12
류근 시인 스스로는 자신을 ‘삼류 트로트 통속 연애 시인’이라 칭한다. 웬 이상한 단어들의 나열인가 싶지만, 그가 노래한 시들과 그가 걸어온 궤적을 살펴보면 어렴풋이 뭔가 잡힐 것 같기도 하다. 일단, 다른 건 다 차치하고 시인 스스로 ‘통속’을 자처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실 어느 ..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6.11
[스크랩] 헤르만 헤세의 수채화 헤세의 자화상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맞는 여름방학에 마냥 가슴 설레이며 잠 못 이루다가 방학 바로 다음날, 아침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숟가락을 밥상에 내려놓고선 단짝인 친구네 집으로 달려갔다. 방학날이 마침 친구의 생일이라서 그녀가 같은 반 친구들에게 받았던 생일선..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6.08
[스크랩] 그는 살아서 죽었다 - 파울로 코엘료 그는 살아서 죽었다 - 파울로 코엘료 어림잡아 보건대 독자들이 이 책 한 쪽을 읽는 데는 삼 분 정도가 걸릴 것이다. 통계를 보면 그 시간 동안 약 삼백 명이 죽고 육백이십 명이 이 세상에 태어난다. 내가 이 한 쪽을 쓰는 데는 약 반 시간 정도가 걸린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컴퓨터에 ..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6.03
바닷가 우체국 몇 해 전「바닷가 우체국」이라는 시를 발표한 후에 독자들한테 전화를 몇차례 받았다. 그 바닷가가 도대체 어디냐, 한번 가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느 바닷가를 지나가다 우체국이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혹시 이 시의 배경이 그곳이 아니냐고 물어오는 분도 있었다. 정부통신부에서도..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5.23
[스크랩] 결 결 강물과 사랑은 김창제 강물이 깊으면 소리 나지 않는다 사랑이 깊으면 삐걱거리지 않는다 물은 물의 깊이로 아름답게 흐르고 사랑은 사랑의 의미로 잔잔하게 흐른다 저 강물은 어디에서부터 흘러온 것일까 내 사랑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 저 강물은 어디 가서 굽이돌까 내 사랑 어..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5.20
[스크랩] 사람이 한 번 작별을 하면......조 병화 사람이 한 번 작별을 하면...... - 조 병 화 - 그렇게 그렇게 되어서 작별을 한 후 문득 생각이 나서 그곳에 가보니 그곳엔 이미 없었습니다. 그곳엔 있으리라고 믿고 가보았지만 그곳에도 없었습니다. 평소에 몇 번 같이 가본 정다운 곳이 있어서 혹시나 그곳에, 하고 그곳을 멀리 찾아갔으..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5.20
[스크랩] 류근 『상처적 체질』 너무 아픈 사랑 중에서 맨날 그렇게 취해 있으면 시는 도대체 언제 써요? 라고 어떤 분이 물었다. 나는 말없이 또 한 병을 비우며 혼자 조용히 천장을 바라봤다. 파리똥 무늬가 고요했다. 술 안 마실 때에만 골라 쓰느라 18년 만에 시집을 냈다는 걸 말해 주기 싫었다.”(25쪽) 선글라스를 낀 국방색의 남자 밍규는 ..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5.07
[스크랩] 신록 / 서정주 신록(新綠) 詩; 서정주 어이 할거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天地에 이미 꽃잎이 지고 새로운 綠陰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풀..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4.24
[스크랩] 춘향(春香) / 김영랑 춘향(春香) / 김영랑 큰 칼 쓰고 옥(獄)에 든 춘향이는 제 마음이 그리도 독했던가 놀래었다 성문이 부서져도 이 악물고 사또를 노려보던 교만한 눈 그 옛날 성학사(成學士) 박팽년(朴彭年)이 오불지짐에도 태연하였음을 알았었니라 오! 일편 단심(一片丹心) 원통코 독한 마음 잠과 꿈을 이..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