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이 든 고막 - 마종기 나이 든 고막 마종기(1939~ ) 싱싱하고 팽팽한 장구나 북같이 소리가 오면 힘차게 나를 불러주던 고막이 이제는 곳곳에 늙은 주름살만 늘어 느슨하게 풀어진 채 소리를 잘 잡지 못한다. 나이 들어 윤기도 힘도 빠진 한 겹 살, 주위에서는 귀 검사를 해보라고 하지만 그런 것 안 해도 알지, 내..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7.05
[스크랩] 면회사절....정채홍 면회사절....정채봉오지마라 오지마라 오지마라 내 이대로 너를 사모하게 하라 내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면 나의 수의는 너의 사랑 한 벌이면 된다 아직은 절망하기 싫다 아직은 소유하고 싶다 면회 사절을 할 수 있는 것도 살고 싶기 때문이다 꿈길밖에는 길이 없다고 하지 마라 나는 지..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7.05
[스크랩] 장마....신경림外 장마....신경림 온 집안에 퀴퀴한 돼지 비린내 사무실패들이 이장집 사랑방에서 중돋을 잡아 날궂이를 벌인 덕에 우리들 한산 인부는 헛간에 죽치고 개평 돼지비계를 새우젓에 찍는다 끗발나던 금광시절 요릿집 애기 끝에 음담패설로 신바람이 나다가도 벌써 예니레째 비가 쏟아져 담배..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7.05
권혁웅 아기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집에 슬픔이 많아졌다. “이제는 어린이집에 들어가기만 해도 아기가 목을 꼭 감고 울기 시작해.” 아기는 혼자 남게 될 것을 아는 것이다. 등 뒤에서 슬픔(“여기는 너무 외로워요”), 원망(“어떻게 날 혼자 둘 수 있어요?”), 애원(“제발 나를 두..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7.01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잘랄루딘 루미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석류꽃과 촛불과 술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신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또한 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7.01
[스크랩]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 함민복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 함민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7.01
[스크랩] 나무 학교 / 문정희 나무 학교 /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6.21
[스크랩] 푸른밤 / 나희덕 푸 른 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맑은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치욕으로 다시 치욕에..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6.19
[스크랩] 6월 / 이정화 6월 / 이정화 사방이 풋비린내로 젖어 있다 가까운 어느 산자락에선가 꿩이 울어 반짝 깨어지는 거울, 한낮 초록 덩굴 뒤덮인 돌각담 모퉁이로 스르르 미끄러져 가는 독배암 등줄기의 무지개 너의 빳빳한 고독과 독조차 마냥 고웁다 이 대명천지 햇볕 아래서는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6.19
[스크랩] 장미 - 릴케 ♥ 장미 - 릴케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矛盾)이여! 수많은 눈시울아래 누에의 잠도 아닌 이 일락(一樂)이여! 가시 .. 그러면 그대는 무엇을 연상(聯想)하는가 통증(痛症)이다 고통(苦痛)이다 우주에 지구(地球)라는 행성(行星)이 생긴 이래 이 행성에 인류(人類)가 출현한 이래 .. 詩가 흐르는 상자 201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