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장마....신경림外

tlsdkssk 2016. 7. 5. 07:04

 


 

장마....신경림

 

온 집안에 퀴퀴한 돼지 비린내
사무실패들이 이장집 사랑방에서
중돋을 잡아 날궂이를 벌인 덕에
우리들 한산 인부는 헛간에 죽치고
개평 돼지비계를 새우젓에 찍는다
끗발나던 금광시절 요릿집 애기 끝에
음담패설로 신바람이 나다가도
벌써 예니레째 비가 쏟아져
담배도 전표도 바닥난 주머니
작업복과 뼛속까지 스미는 곰팡내
술이 얼근히 오르면 가마니짝 위에서
국수내기 나이롱뻥을 치고는
비닐우산으로 머리를 가리고
텅 빈 공사장엘 올라가본다
물 구경 나온 아낙네들은 우릴 피해
녹슨 트랙터 뒤에 가 숨고
그 유월에 아들을 잃은 밥집 할머니가
넋을 잃고 앉아 비를 맞는 장마철
서형은 바람기 있는 여편내 걱정을 하고
박서방은 끝내 못 사준 딸년의
살이 비치는 그 양말 타령을 늘어놓는다

 시집『신경림 시전집』(창비, 2004)

 

 

 

 

                         

 
    

장마....천상병

 

내 머리칼에 젖은 비
어깨에서 허리께로 줄달음치는 비
맥없이 늘어진 손바닥에도
억수로 비가 내리지 않느냐,⑴
비여
나를 사랑해 다오.
저녁이라 하긴 어둠 이슥한⑵
심야(深夜)라 하긴 무슨 빛 감도는
이 한밤의 골목 어귀를
온몸에 비를 맞으며 내가 가지 않느냐,
비여

나를 용서해 다오.

 

 

 

 

MON.4.JULY.2016 정효(JACE)

FOEM:장마....신경림外

MUSIC :Weary Blues - Madeleine Peyroux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丁曉(정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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