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나이 든 고막 - 마종기

tlsdkssk 2016. 7. 5. 16:30

 

 

 

 

 

 

나이 든 고막

 

   마종기(1939~ )

 

 

 

싱싱하고 팽팽한 장구나 북같이

소리가 오면 힘차게 나를 불러주던 고막이

이제는 곳곳에 늙은 주름살만 늘어

느슨하게 풀어진 채 소리를 잘 잡지 못한다.

나이 들어 윤기도 힘도 빠진 한 겹 살,

주위에서는 귀 검사를 해보라고 하지만

그런 것 안 해도 알지, 내가 의사 아닌가.

그보다는 늙은 고막이 오히려 고마운걸.

시끄러운 소리 일일이 듣지 않아도 되고

잔소리에 응답을 안 해도 되는 딴청,

언제부턴가 깊고 은은한 소리만 즐겨 듣는다.

멀리서 오는 깨끗한 울림만 골라서 간직한다.

내 끝이 잘 보이는 오늘 같은 날에는

언젠가 들어본 저 사려 깊은 음성이

유난히 크게 울리는 사랑스런 내 귀.

 

 

 

 

 

출처 : 화타 윤경재
글쓴이 : 화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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