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705

[스크랩] 시월은 또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 이기철

시월은 또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이기철 시월의 맑고 쓸쓸한 아침이 풀밭 위에 내려와 있다 풀들은어디에도 아침에 밟힌 흔적이 없다 지난 밤이 넓은 옷을 벗어 어디에 걸어놓았는지, 가볍고 경쾌한 햇빛만이 새의 부리처럼 쏟아진다 언제나 단풍은 예감을 앞질러 온다 누가 ..

[스크랩] 작명作名 / 이기철

작명作名 나는 이름 짓기를 좋아한다네내 시에는 내가 지은 꽃이름 새이름이 많이 나온다네유리병머리새 각시꽃 물동이풀 단추꽃 댕기새 은비녀꽃 구름할미새가 그런 이름이네공중을 텅 비워둘 순 없지 않겠나추운 들판을 바람에게만 맡겨둘 순 없지 않겠나자네도 이름을 지어보게그러면 없던 새가 정말 날아다닐 거네없던 꽃이 자네 마당에 차례로 돋을 거네식물도감 조류도감을 뒤지는 수고를 아끼게정 궁금하거던 내게 편지를 보내게내 시집 한 권 은박으로 싸서 소포로 보낼 테니그 시집 햇빛 밝은 날 소리 내어 읽기만 한다면그 시 한 줄 추운 날 내복처럼 입어주기만 한다면...詩 .. 이기철《詩集, '잎,잎,잎' 中에서》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글쓴이 : 꽃별하나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