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와 천사
나 요즘 창녀에 실패하고 있는 것 같다
천사이며 창녀인 눈부신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어느때 치마를 벗을지를 몰라
어느 벌판 어느 강줄기를 따라가야
술집과 벼락이 있는 줄을
여름날 동안 누가 주인인지를 몰라
문밖에서 홀로 서성이고 말았다
폭풍을 먹어 치우고 구름 속에
자수정 눈물을 흘리는 천사도 아니었다
별들이 내려와 어깨를 어루만지면
부드러운 굴절광 하나를 낳고 싶었지만
쥐라기 시대 파충류 같은 신비한 시구 하나를
허공에다 점점이 키우고 싶었지만
밤낮 짐승의 몸으로 쫓기며
진눈깨비처럼 빈 들에서 울다가
제자리에 현기증처럼 스러질 뿐이었다
문 정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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