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동백 / 강은교 동백 강은교 만약 내가 네게로 가서 문 두드리면. 내 몸에 숨은 봉우리 전부로 흐느끼면. 또는 어느 날 꿈 끝에 네가 내게로 와서 마른 이 살을 비추고 활활 우리 피어나면.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 *Марк Олич (마르크 오리츠)作 (b:1974~, Russia, Ballet Photographer) *Romance For C..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2.22
[스크랩] 새 / 천상병 새 시;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2.22
[스크랩] 뮤즈와 팜므파탈 - 신 달자 ♥ 뮤즈와 팜므파탈 - 신 달자 밤 12시에 남자가 전화를 하면 요부같이 꾸미고 여우같이 날쌔게 달려가고 싶다 가서 불꽃튀는 시선 하나로 남자의 몸에 불을 댕겨서 삐거덕 삐거덕 생의 관절을 꺾게 하고 싶다 데릴라 쟝 뒤발 양귀비 장희빈 그런 여자처럼 남자의 생의 문고리를 꽈악 잡고..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2.12
[스크랩] 되새 떼를 생각한다./류시화 -되새 떼를 생각한다/류시화- 잘못 살고 있다고 느낄 때 바람을 신으로 모신 유목민들을 생각한다 별들이 길을 잃을까 봐 피라미드를 세운 이들을 생각한다 수백 년 걸려 불과 얼음을 거쳐 온 치료의 돌을 생각한다 터질 듯한 부레로 거대한 고독과 싸우는 심해어를 생각한다 여자 바람과..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1.26
[스크랩] 전화 / 마종기 전 화 마종기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많은 전화 소리가 당신방을 완전히 채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1.25
[스크랩] 기도 / 서정주 겨울 기도 /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을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 詩가 흐르는 상자 2015.01.22
[스크랩] 농담....이문재 농담 -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2.18
[스크랩] 항아리 / 문 숙 (경남 하동, 1961~) 항아리 문 숙(경남 하동, 1961~) 된장을 담아두던 항아리에 모래를 깔고 물을 부어 스킨딥시스를 심었다 제 몸에 꽃을 담고도 여전히 된장 냄새를 피운다 자주 물을 갈아도 노랗게 꽃잎이 타들어간다 단지를 들어내자 항아리 밑이 된장물로 흥건하다 짜디짠 눈물이 고였다 숨구멍으로 제 ..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2.18
[스크랩]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 width=400 height=350> 한계령을 위한 연가 詩; 문 정 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2.17
[스크랩] 천장호에서 / 나희덕 천장호에서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맹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Марк Олич (마..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