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견고한 고독 - 김현승 견고한 고독 / 김현승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 그늘에 빚지지 않고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단 하나의 손발.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 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던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 주며. 결.. 詩가 흐르는 상자 2018.07.02
[스크랩] 인 생 ...최영미 인 생 ...최영미 달리는 열차에 앉아 창밖을 더듬노라면 가까운 나무들은 휙휙 형체도 없이 도망가고 먼산만 오롯이 풍경으로 잡힌다. 해바른 창가에 기대 앉으면 겨울을 물리친 강둑에 아물아물 아지랑이 피어 오르고 시간은 레일 위에 미끄러져 한쌍의 팽팽한 선일 뿐인데 인생도 그런.. 詩가 흐르는 상자 2018.06.21
[스크랩] 삶 ... 신달자 삶 ... 신달자 1 풀기는 풀어야지 끝도 없이 뒤엉킨 실꾸러미 늘어나는 매듭 이빨로 뚝 끊어서 버릴 수 없구나 그대여 어디랄 것도 없이 막막하게 세상사는 엉키기만 하는데 한숨으로도, 흥으로도, 풀려지지 않는 이 배반의 미궁을 통째로 버릴 수는 없구나 그대여 2 하나를 풀면 하나가 엉.. 詩가 흐르는 상자 2018.06.17
[스크랩] 이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 류근 이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 류근 이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 때문에 서로를 외롭게 하지 않는 일 사랑 때문에 서로를 기다리게 하지 않는 일 이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 때문에 오히려 슬픔을 슬픔답게 껴안을 수 있는 일 아픔을 아픔답게 앓아 낼 수 있는 일 먼 길의 .. 詩가 흐르는 상자 2018.06.11
[스크랩] 悲歌 제28번 / 김춘수 *Марк Олич (마르크 오리츠)作 *석양 / 박진광 悲歌 제28번 김춘수 내 살이 네 살에 닿고 싶어 한다. 나는 시방 그런 수렁에 빠져 있다. 수렁은 밑도 없고 끝도 없다. 가도 가도 나는 네가 그립기만 하다. 나는 네가 얼마만큼 그리운가. 이를테면 내 살이 네 살을 비집고 들어가 네 살.. 詩가 흐르는 상자 2018.06.10
[스크랩] 노을에게...허윤정 노을에게...허윤정 바람은 꽃도 피워 주며 사랑의 애무도 아낌없이 하였다 잠시잠깐 떨어져 있어도 살 수 없다던 너 작은 일에도 토라져 버린다 이렇게 해지는 오후면 노을은 후회처럼 번지고 새들은 슬픈 노래로 자기 짝을 찾는다 이대로 영원일 수 없다면 우리 어떻게 이별할 수 있을까.. 詩가 흐르는 상자 2018.06.09
[스크랩]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정호승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정호승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떨어질 때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왜 낮은 데로 떨어지는지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시월의 .. 詩가 흐르는 상자 2018.06.09
[스크랩] 낯선 시선 - 삐에르 르베르디 낯선 시선 / 삐에르 르베르디 기다리며 내가 앉아 있는 의자 위에 밤 하늘이 내린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모두 내 어린 시절 그 처음 날들로 돌아가 다른 데로 가고 싶다 다시 시작하려고 비가 오고 유리창이 운다 나 홀로 남아 시간이 죽고 사나운 바람이 모든 것을 실어간다 눈들이 서로 .. 詩가 흐르는 상자 2018.06.09
[스크랩] 겸손에 관한 시 모음 겸손에 관한 시 모음 + 꽃을 보려면채송화 그 낮은 꽃을 보려면그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한다그 앞에서 무릎도 끓어야 한다삶의 꽃도 무릎을 끓어야 보인다 (박두순·아동문학가)+ 그 꽃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 (고은·시인, 1933-)+ 물, 무서운 겸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죄.. 詩가 흐르는 상자 2018.05.07
[스크랩] 쓸쓸 ... 문정희 쓸쓸 ... 문정희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 주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 버린 커피.. 詩가 흐르는 상자 2018.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