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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 후궁

『조선왕실의 후궁』, 후궁 전수조사 "후궁은 고위 가문 출신도 많아" 장희빈 이후 후궁 영향력 감소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녹수 [사진 시네마서비스] '동이' '장희빈' '여인천하' '왕의남자' 등 유명한 사극을 보면 후궁은 국왕에 버금가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궁중에 앉아 조선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희빈장씨, 경빈박씨, 장녹수 등 대중에 익숙한 후궁도 많다. 이들은 대개 미천한 신분으로 시작해 권력의 중심부에 올라가는 입지전적인 신분 상승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실제 조선의 후궁은 어땠을까. 최근 발간된 『조선왕실의 후궁』은 조선시대 후궁 175명을 전수조사해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낸 책이다. 이미선 한신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조선시대 후궁이라 하면 흔히 궁중 암투를 벌이는 요녀..

사랑방 풍경 2021.02.17

욕설의 리얼리즘

욕설의 리얼리즘 신영복 교도소에 많은 것 중의 하나가 ‘욕설’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우리는 실로 흐드러진 욕설의 잔치 속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저도 징역 초기에는 욕설을 듣는 방법이 너무 고지식하여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곧이곧대로 상상하다가 어처구니없는 궁상(窮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기 일쑤였습니다만, 지금은 그 방면에서도 어느덧 이력이 나서 한 알의 당의정(糖衣錠)을 삼키듯 이순(耳順)의 경지에 이르렀다 하겠습니다. 욕설은 어떤 비상한 감정이 인내력의 한계를 넘어 밖으로 돌출하는, 이를테면 불만이나 스트레스의 가장 싸고 ‘후진’ 해소 방법이라 느껴집니다. 그러나 사과가 먼저 있고 사과라는 말이 나중에 생기듯이 욕설로 표현될만한 감정이나 대상이 먼저 있음이 사실입니다. 징역의 현장인 이 곳이 곧 욕..

살며 사랑하며 2021.02.11

당신/ 고양이에 관한 시

'당신' 이승훈 ​ 고양이처럼 살고 싶어라 엎드려 있고만 싶어라 고운 피 흘리는 마음 복사꽃 복사꽃은 지는데 ​ 어디로 가고만 싶어라 이 어두운 마음 밝아오는 해이고 싶어라 아무리 채찍이 갈겨도 ​ 그리움은 끝나지 않어라 당신 얼굴에 입맞추고 싶어라 하아얀 돌이고 싶어라 파아란 구름이고 싶어라 ​ 모조리 버리고 오늘 바쁘게 명동을 걸어가면 바람부는 왕십리를 걸어가면 ​ 고양이처럼 살고 싶어라 언제나 다른 나라에 계신 당신 고개 한번 끄덕이면 복사꽃 복사꽃은 지는데 이승훈 시인 -당신- [출처] 고양이에 관한 시- 이승훈 시인의 '당신'|작성자 소보로

법정 빠삐옹 식탁

먹고 사는 것이 정말 작은 일이 아니다. 자취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먹는 일이 즐겁기보다 귀찮게 여겨질 때가 많다. 먹지 않으면 병들어 쓰러질 테니 우선 그것을 면하기 위해 담아두는 것이다 그리고 남기면 변하므로 먹어치우는 것이지. 누가 혼자 먹기 위해 부지런을 떨고 솜씨를 발휘하겠는가. 잘 얻어먹으려면 흥청거리는 도시의 절간에 주저앉으면 된다. 산에 들어와 나는 식탁을 맨 먼저 만들었다. 방안에서 발우(鉢盂)를 펴고 공양을 하려니까 몇 번씩 드나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부엌에서 먹으려면 식탁이 필요했다. 헌 판자 쪽을 모아 조리대로도 쓸 수 있게 식탁을 만들고 의자는 참나무 장작으로 맞춰 놓았다. 이런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려니 문득 ‘빠삐용’의 처지가 떠올라 ‘빠삐용 식탁’ 이라고 이..

살며 사랑하며 2021.02.06

천양희

희망이 완창이다 천양희 절망만한 희망이 어디 있으랴 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 희망이 완창이다 *시집.창비 2005 배경이 되다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모든 문 다 열어놓는다고 그가 말했을 때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이 라고 내가 말했다 나에게만 중요한 게 무슨 의미냐고 내가 말했을 때 어둠을 물리치려고 애쓴다고 그가 말했다 생각의 끝은 늘 단애라고 그가 말했을 때 꽃은 나무의 상부에 피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세상에 무늬가 없는 돌은 없다고 내가 말했을 때 나이테 없는 나무는 없다고 그가 말했다 바람이 고요하면 물결도 편안하다고 그가 말했을 때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고 내가 말했다 더이상 할말이 없을 때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었다

김형석

#풍경1 김형석(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올해 102세가 됐습니다. 다들 ‘100세 시대’라지만, 지금 100세를 넘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소 조심스러웠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다 연세가 있으셔서 ‘혹시라도’ 싶어 인터뷰 자리가 걱정되더군요. 이달 초 커피숍에서 만난 김 교수는 의외로 의연했습니다. 뭐랄까요. 1세기를 송두리째 관통한 사람의 ‘굵직한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삶에 대한 깊은 관조와 함께 말입니다. 지난 인터뷰에서는 ‘이 시대의 진보와 보수’를 다루었습니다. 이번에는 그에게 ‘행복’이란 두 글자를 물었습니다. 모든 이의 삶에서 화두가 되는 키워드이니까요. ‘100년 넘게 살아봤더니 다른 게 행복이 아니더라. 바로 이게 행복이더라.’ 그런 식의 답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풍경..

살며 사랑하며 2021.01.29

신데렐라

재투성이 아가씨 신데렐라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일생에 한번쯤은 언젠가 만나게 될 짝 찾기에 골몰한다. 정말 우리는 제대로 된 짝을 찾기만 하면 이 세상에서 별 탈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신데렐라 이야기가 그 전형이라 할 만하다. 다 알다시피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못된 계모와 의붓 언니들 아래서 갖은 고생을 한 신데렐라가 요정의 도움으로 참가하게 된 무도회에서 왕자님을 만나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다 떨어트린 구두 한 짝이 인연이 되어 왕비가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끝은 해피엔딩이다. 콩쥐팥쥐 이야기를 듣고 자란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마치 서양판 콩쥐 이야기처럼 들린다. 콩쥐 역시 팥쥐 모녀의 구박을 받으며 지내다 냇가에 떨어트린 꽃신 한 짝이 인연이 되어 사또의 처가 되니 말이다..

살며 사랑하며 2021.01.19

소설 '침묵'에 대하여

“소설 , 우리를 ‘생각하는 신앙’으로 끊임없이 불러내” By 이대웅 ▲서울 종각 인근에서 만난 김승철 교수. 김 교수는 “엔도 문학 전체가 흔적과 아픔이라는 두 축이 있는데, 그 흔적은 우리에게 남아있는 세례의 흔적일 수도, 타인의 흔적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남은 타인의 흔적을 통해 하나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내가 누구를 배반했다거나 이용하다 버렸다면 그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은 아픔이라는 흔적이다. 해선 안 되는 일을 했거나. 그 아픔이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웅 기자 올해 초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의 영화 개봉으로, 그 원작인 일본 소설가 엔도 슈사쿠(1923-1996)의 이 또 다시 큰 관심을 모았다. 은 종교 소설..

살며 사랑하며 2021.01.14

신곡 및 지옥에 대하여

단테의 ‘신곡’은 수많은 번역서가 있는데 허인(동서문화사) 완역본이나 박상진(서해클래식)의 축약본을 보면서 김운찬의 ‘신곡 읽기의 즐거움(살림)’을 읽으면 이해가 쉽다. ‘신곡’의 영어 번역자 도로시 세이어즈는 ‘신곡’을 읽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곧장 읽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인생의 중반기에 올바른 길을 벗어난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어두운 숲이었다. 그 가혹하고도 황량한, 준엄한 숲이 어떠했는지는 입에 담는 것조차 괴롭고 생각만 해도 몸서리친다. 그 괴로움이란 진정 죽을 것만 같은 것이었다.” 단테의 ‘신곡’은 이렇게 시작한다. 단테(1265~1321년)가 ‘지옥’ 편을 구상하기 시작했던 시기는 39살인 1304년 무렵이라고 한다. 그가 37살에 피렌체로부터 추방당해 2년째 유랑 중이..

살며 사랑하며 2021.01.11

코로나가 바꾼 것

코로나 임팩트] 부의금 80%가 카톡..'관혼상제 민족'이 변했다 심서현 입력 2021. 01. 01. 06:02 수정 2021. 01. 01. 08:18 댓글 9개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2020년 지구가 바이러스로 ‘연결’됐다. 인터넷 이후 가장 강력한 연결이다. 2020년은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현대인의 바쁜 일상이 멈춰 섰다. 급정거의 충격은 개인과 사회의 건강함을 시험했다. 만연한 ‘코로나 블루(우울증)’ 속에 몸과 마음의 회복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젠 관성을 넘은 삶이 새로이 보인다. 2021은 삶의 재발견이다. 세계는 이미 달라졌다. 체면을 벗은 관계, 강요된 희생을 넘은 돌봄, 취향을 존중하는 일상이 초연결 사회의 ‘뉴 노멀(New Normal·새..

살며 사랑하며 202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