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천양희

tlsdkssk 2021. 2. 4. 09:30

희망이 완창이다

 

천양희

 

 

절망만한 희망이 어디 있으랴

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

희망이 완창이다

 

*시집<너무 많은 입>.창비 2005

 

 

 

 

 

배경이 되다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모든 문 다 열어놓는다고
  그가 말했을 때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이
라고
  내가 말했다
  나에게만 중요한 게 무슨 의미냐고
  내가 말했을 때 어둠을 물리치려고 애쓴다고
  그가 말했다
  생각의 끝은 늘 단애라고
  그가 말했을 때 꽃은 나무의 상부에 피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세상에 무늬가 없는 돌은 없다고
  내가 말했을 때 나이테 없는 나무는 없다고
  그가 말했다
  바람이 고요하면 물결도 편안하다고
  그가 말했을 때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고
  내가 말했다
  더이상 할말이 없을 때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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