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마음 / 곽재구 마음 / 곽재구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 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군데입니다 작은 창 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진 걸레 위에 내 가장 순결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 붓습니다 언젠가 당.. 詩가 흐르는 상자 2009.10.27
[스크랩] 자작나무 - 안 도 현 자작나무 안 도 현 따뜻한 남쪽에서 살아온 나는 잘 모른다 자작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대저 시인이라는 자가 그까짓 것도 모르다니 하면서 친구는 나를 호되게 후쳐치며 놀리기도 했지만 그래서 숲길을 가다가 어느 짓궂은 친구가 멀쑥한 백양나무를 가리키며 이게 자작나무야, 해도 나는 금방 .. 詩가 흐르는 상자 2009.10.27
알고 싶어요 황진이 지음 알고싶어요 簫蓼月夜思何事(소요월야사하사) 소슬한 달밤이면 무슨 생각 하시온지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굴 생각하세요) 寢宵轉轉夢似樣(침소전전몽사양) 뒤척이는 잠자리는 꿈인듯 생시인듯 (잠이들면 그대는 무슨 꿈을 꾸시나요) 問君有時錄忘言(문군유시녹망언) 님이여 때로는 제..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9.24
[스크랩] 가슴속에 살아 숨쉬는 시 모음 [사랑 사랑 내 사랑 / 오탁번] 논매미마다 익어가는 벼이삭이 암놈 등에 업힌 숫메뚜기의 겹눈 속에 아롱진다 배추밭 찾아가던 배추흰나비가 박넝쿨에 살포시 앉아 저녁답에 피어날 박꽃을 흉내낸다 눈썰미 좋은 사랑이여 나도 메뚜기가 되어 그대 등에 업히고 싶다 1미터의 사랑 / 시와 시학사 / 1999년..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9.16
[스크랩] 惡의꽃 / 보들레르 어리석음, 과오, 죄악과 인색에 정신은 얽매인 몸은 들볶이니 우리는 친숙한 뉘우침만 키운다 거지들이 몸에 이를 기르듯 우리의 죄는 끈질긴데 후회는 느슨하다 우리는 참회의 값을 톡톡히 받고 가뿐하게 진창길로 되돌아온다 비열한 눈물에 때가 말끔히 씻긴다고 믿으며 악의 베갯머리엔 '사탄 트..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9.12
[스크랩]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 -이승하-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 - 이승하 볼품없이 누워 계신 아버지 차갑고 반응이 없는 손 눈은 응시하지 않는다 입은 말하지 않는다 오줌의 배출을 대신해주는 도뇨관(導尿管)과 코에서부터 늘어져 있는 음식 튜브를 떼어버린다면? 항문과 그 부근을 물휴지로 닦은 뒤 더러워진 기저귀 속에 넣어 ..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8.16
[스크랩] 화가 뭉크와 함께 / 이승하 화가 뭉크와 함께 / 이승하 어디서 우 울음소리가 드 들려 겨 겨 견딜 수가 없어 나 난 말야 토 토하고 싶어 울음소리가 끄 끊어질 듯 끄 끊이지 않고 드 들려와 야 양팔을 벌리고 과 과녁에 서 있는 그런 부 불안의 생김새들 우우 그런 치욕적인 과 광경을 보면 소 소름 끼쳐 다 다 달아나고 싶어 도 同..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8.16
[스크랩] 파가니니의 연못 / 유수연 파가니니의 연못 / 유수연 당신과의 정사는 초록 숲이 우거진 흐린 그늘이었던가요 일초에 열두 개의 감성을 신경세포의 활로 낱낱이 건드리면서 지나가시는군요 E선의 유두에 당신의 입술을 닮은 활이 스치기만 해도 나는 가늘고 긴 고음의 물결로 흩어집니다 그늘의 굴곡이 다른 음들 몇, 사랑처럼 ..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8.16
[스크랩] 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8.16
[스크랩] 열애 - 신달자 (고통도 종내는 그리움이다) ▲ 일러스트=클로이 열애 - 신 달 자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 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벤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딱지를 떼어 다시 덧나게 하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 詩가 흐르는 상자 2009.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