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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고맙던 날

인간이란 간혹 큰 유혹에 처해 흔들리지만 소소한 유혹에도 흔들린다. 큰 유혹이 악과 결부되는 거라면 양심의 작용으로 물리칠 수도 있겠으나. 소소한 유혹은 자칫 방심하기가 쉽다. 가령 물건을 사고 거스름 돈을 받는 과정에서 얼마를 더 받았다거나 하는 경우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 상점이 평소 바가지를 씌운다거나 물건 값이 다른 곳에 비해 비쌌다고 여겨질 경우엔 그에 대한 응징이기라도 하듯 더 받은 돈을 당연하게 제 지갑 안에 넣는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천원이나 백원짜리 동전 하나라도 덜 받았을 경우 곧장 주인에게 얘기해서 받아낸다. 그 가게가 다른 집에 비해 염가로 파는 상점이라 해도 그렇다. 살다보면 이런 일은 몇 번은 겪게 되는 일이다. 그런 후 조금 양심이 살아 있는 사람은 웬지 께름찍하여 그..

오늘도 내일을 끌어쓴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을 끌어쓴다] 축산업 반성 없이는 '그린뉴딜·친환경' 논할 수 없다 한살짜리 아기부터 대기업 회장님까지, 우리는 모두 지난해 8월22일부터 적자다. 이날은 지구가 제공하는 1년 치 자원을 다 써 버린 시점 '생태용량 초과의 날'. 나머지 4개월은 다음해 살림살이를 당겨 쓴 셈이다. 만성 적자의 대가는 재난과 불평등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공공예술 프로젝트 ‘제로의 예술’과 함께 평등, 비거니즘,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기후위기 세상을 톺아본다. 제로의 예술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공예술사업에 선정된 프로젝트 팀이다. 기후위기 문제를 의논하는 시민참여 강연·워크숍 프로그램 ‘우리는 오늘도 내일을 끌어쓴다’를 기획했다. 황윤 감독의 작품 '잡식가족의 딜레마' 주인공 '돈수'. 황 감독은 돈수와..

살며 사랑하며 2021.05.03

떠난 엄마의 서랍을 열고

글 제목이나 책의 표제를 정하는 일은 때로 머릿속에 쥐가 나게 한다. 머잖아 출간할 새 책을 놓고 아직 표제가 정해지지 않아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친정엄마가 53년간 쓰신 일기를 토대로 내 단상을 엮어 펴내는 이번 책의 이름을 '엄마의 일기'라고 하려니 너무 평범하고, 목차1의 제목인 '유머레스크를 들었다'로 하려니 음악에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금세 이해되지 않을 듯 하여 마지막으로 굴려본 생각이 역시나 목차의 제목인 '그래도 해피엔딩'이었다. 한데 출판사에서는 '그래도 해피엔딩'은 뭔가 와닿질 않으니 부제로 '53년 엄마의 일기'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보내왔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 불현듯 이런 제목이 떠올랐다. '떠난 엄마의 서랍을 열고' 혹은 '엄마의 서랍을 열고' 지난 해에는 를 상재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