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간혹 큰 유혹에 처해 흔들리지만 소소한 유혹에도 흔들린다.
큰 유혹이 악과 결부되는 거라면 양심의 작용으로 물리칠 수도 있겠으나.
소소한 유혹은 자칫 방심하기가 쉽다.
가령 물건을 사고 거스름 돈을 받는 과정에서 얼마를 더 받았다거나 하는 경우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 상점이 평소 바가지를 씌운다거나 물건 값이 다른 곳에 비해 비쌌다고 여겨질 경우엔
그에 대한 응징이기라도 하듯 더 받은 돈을 당연하게 제 지갑 안에 넣는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천원이나 백원짜리 동전 하나라도 덜 받았을 경우 곧장 주인에게 얘기해서 받아낸다.
그 가게가 다른 집에 비해 염가로 파는 상점이라 해도 그렇다.
살다보면 이런 일은 몇 번은 겪게 되는 일이다.
그런 후 조금 양심이 살아 있는 사람은 웬지 께름찍하여 그 돈을 거지에게 적선하기도 한다.
한데 그 적선이 과연 선한 행위일까?
세상엔 남의 빚을 갚지 않고 여유가 종교에 헌금하는 이들도 있다.
신은 그 헌금을 기쁘게 받으실까.
성경에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라고 하라는 내용이 있는 걸 보면 이런 경우엔 무두가 아니오에 해당될 것 같다.
어제 아들 가족과 함께 용인으로 성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회전초밥 집에 들렀다.
주말인데다가 며칠 비가 온뒤 날씨가 맑아서인가 거리는 차가 밀려 일부 구간에선 주차장 수준이었다.
때문에 맘에 드는 식당을 찾는 것도 어려워 간편히 초밥을 먹기로 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초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음식을 다 먹고 계산을 치른 뒤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아들이 갑자기 영수증을 보더니 아무래도 계산이 적게 나온 것 같다고 뒤돌아섰다.
카운터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니 직원은 고맙다고 미소를 지으며 12.000원을 더 청구하였다.
아들이 말했다.
"이런 손님 보셨어요?"
"아니요, 처음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나도 속으로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도 고맙다."
나는 아들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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